‘아바타’열풍…미래의 3차원 가상세계 엿보기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
영화 ‘아바타’가 전세계를 홀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 영화의 내용보다는 얼마나 입체적인지, 얼마나 실감나고 환상적인지를 이야기한다. 미래에 펼쳐질 3차원 가상 세계는 어떠한 모습일지 미리 들여다봤다. |
지난해 12월 개봉한 3D 입체영화 ‘아바타’가 두 달째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차원 영상기술과 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에다 뻔하긴 하지만 감동을 선사하는 줄거리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만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외국 영화 중 최고 기록이다. 전세계적으로는 매출이 2조4000억원을 넘어섰고 그중 약 70%는 미국 밖에서 벌어들인 수입이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전세계의 시선을 붙잡은 것이다. 연일 ‘아바타’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교황이 ‘아바타’는 자연 숭배와 정령 숭배를 부추긴다고 비판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국의 보수진영은 미국의 군대와 군사 정책을 은유적으로 비판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한편으로 이제 평면으로 보는 기존의 영화는 한물가는 거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대로 된다면 영화의 역사는 ‘아바타’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3D 영화를 보는 필수 도구인 안경이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대신 전통적인 색안경을 끼고 이 영화를 보라고 권한다. ‘아바타’에서 세밀하고 환상적인 영상을 제거하면 곳곳에서 표절과 짜깁기의 흔적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또한 캐머런이 자랑하는 3D 기술과 모션 캡처 기술이란 이미 알려진 것을 개선한 것일 뿐이라는 말도 따라붙는다. 낯선 세계로 간 문명인이 원주민에게 동화되어 그들을 위해 싸운다는 줄거리만 빼면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것의 조합과 개선 역시 창조의 일부다. 그러한 창조적인 실험이 인류에게 즐거움을 주고 세상을 바꾸어나갈 수도 있다. 사실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을 자랑하는 최근의 SF영화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SF소설의 애독자라면 오래전에 접한 것들이다. 다만 소설의 독자는 한정되어 있지만 영화의 관객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 영화는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편히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진정한 대중매체다. 이제는 ‘세상을 바꾼 한 권의 책’이라는 말 대신에 ‘세상을 바꾼 한 편의 영화’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대다. “‘아바타’나 ‘매트릭스’에 나온 내용이 오래전에 책에 실린 것”이라고 말한들 의미가 없다. 스토리가 첨단의 촬영 기법, 컴퓨터 그래픽, 3D 기술이라는 옷을 입고 수천만명의 눈앞에 등장하면 그것은 이미 기존의 스토리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강력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가상의 현실이 치료를 한다 3차원 입체영상을 구현해내는 기술은 다가오는 미래에 고도로 발달할 것이고 대중화할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10’에서 단연 최대의 화두는 ‘고화질 3D TV’였다. 이미 세계 가전업계에서는 3차원 TV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으며 삼성전자, LG전자는 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주요 방송사가 3D 화면을 전국에 송출하고 수많은 가정의 거실과 안방에서 3D TV로 이를 시청하는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가상의 현실을 진짜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은 여러 방향에서 개발되고 있다. 시각적으로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은 ‘아바타’로 충분히 보여주었다. 더욱 더 현실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 시각 외에 촉각, 청각, 후각도 동원된다. 가상의 현실을 구현하는 기술은 건축, 군사, 예술,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락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가상의 현실이 컴퓨터 게임 중독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가상의 현실이 올바른 현실 감각을 키워준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예컨대 가상의 현실은 심한 화상을 입은 사람이 간혹 겪는 만성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 통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그것에 몰입함으로써 심해지는 경향인데 이러다보면 환자는 실제로는 미약하거나 있지도 않은 통증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가상의 현실은 환자의 뇌가 다른 쪽으로 주의를 기울이게 함으로써 그런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가상의 현실은 비행기, 거미, 엘리베이터 같은 것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준다. 공포를 느끼는 대상을 가상의 현실을 통해 조금씩 접하게 하면 공포가 줄어든다. 심지어 화를 억제하지 못하는 아이는 가상의 현실 속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지켜보게 되어 문제점을 깨닫게 된다. 정상적인 아이도 가상의 현실을 구현하는 컴퓨터 게임에서 다른 아바타들과 함께 놀고 배우면서 사회성을 익힐 수 있다. 가상의 현실이 실제의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부모는 만화에 대해 자녀의 공부를 방해하는 주적(主敵)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만화는 가장 유용한 학습 도구 중 하나로 대접받고 있다. 지금 많은 부모의 공분을 사고 있는 컴퓨터 게임도 마찬가지로 미래에는 3차원 영상을 장착한 훌륭한 교육·치료 수단으로 지위가 상승할 수 있다.
|
'경제,사회문화 > 사회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기의 철녀들 2]실패한 뒤 더욱 빛나는 칼리 피오리나 (0) | 2010.03.20 |
---|---|
[세기의 철녀들]‘대중자본주의’ 전도사 마거릿 대처 (0) | 2010.03.20 |
웹 스퀘어 세상, ‘실시간’ ‘매시업’이 대세 (0) | 2010.03.20 |
경기침체속 구직난 영향..대학원 출신까지 (0) | 2010.03.20 |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표상이다 (0) | 2010.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