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이 은행으로만 몰려들고 있다. 금융위기 '학습효과'로 이젠 수익성만을 좇는 투자패턴보다는 안전성이 가미된 보수적인 투자패턴이 자리를 잡은 데다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없는 탓이다. 금융위기 때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로 나타났던 '머니리턴' 현상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최근 세계 각국 시장이 모두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어 현재로선 자금이 급격히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만한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최근 두 달 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리은행에는 12조원, 신한은행에는 9조원 가까운 돈이 밀려 들어왔다.
대기성 자금이 5%대 금리 특판예금을 앞세운 은행권으로 대거 몰린 것이다. 이런 자금이 다시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은행권 채권 순매수 규모는 작년 4분기 10조9000억원이었지만 올해 들어 1, 2월 두 달 동안에만 벌써 11조1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주식시장에선 지난 1월 122조원에 달했던 주식거래대금이 2월 76조8000억원으로 쪼그라들더니 3월 들어선 18일까지 55조원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시장 역시 지난 2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6만6500건으로 금융위기가 절정이던 작년 1월(4만9085건)과 2월(5만9847) 수준에 근접할 정도다.
부동산시장을 '동면'에서 깨울 호재로 주목받았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와 개포동 주공아파트 정비계획 가이드라인 조차도 '미풍'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지난 한 주(3월 13~19일)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이 0.02% 떨어졌고 신도시가 0.05%, 경기가 0.06% 각각 하락했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가계의 투자여력이 확대되기 쉽지 않은 데다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각종 규제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당분간 은행권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투자심리 회복에 따라 수익성을 좇는 움직임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SPAC에 대한 높은 청약열기, 대한생명 공모에 밀려든 자금이 그렇다.
삼성생명 상장이나 금호그룹 사태에 따른 리스크가 해소되는 시점을 터닝포인트로 '머니리턴' 현상이 해소될 수도 있다.
주식워런트증권(ELW)과 주가연계증권(ELS) 등 틈새시장형 금융상품과 안정적 수익이 예상되는 대형 공모주, MMF와 단기채권 등 단기성 자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출구전략이 좀 더 가시화되면 돈의 움직임이 뚜렷한 방향성을 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은아 기자 / 임성현 기자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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