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건보 개혁 입법’이 보여준 성숙한 민주주의
2008년 대선 당시 건보 개혁을 최대공약으로 내건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1월 취임 이후 건보 개혁 법제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여야 합의로 건보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적진’이라 할 공화당 의원들의 연수회에 참석하고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외국 순방 일정을 연기하며 대통령 전용기에 야당 의원들을 동승시켜 설득했다. 그는 폭스뉴스를 “보수 세력의 나팔수”라고 비판했지만 건보 개혁을 위해 이 TV와의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야당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점만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믿은 개혁을 중간선거 및 다음 대선에서의 정치적 패배까지 각오하고 관철해냈다. 그는 이번 건보 개혁 때문에 보수층은 물론이고 일부 진보층의 지지도 잃을지 모르지만, 미국의 최대 난제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자세를 분명히 했다. 1월에는 단임 대통령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건보 개혁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당인 공화당은 상하 양원에서 모두 소수파이지만 법안 심사나 표결 때 물리적 저지나 외부세력과 연계한 장외투쟁 같은 일은 벌이지 않았다. 의회민주주의 절차를 존중해 수차례 법안을 수정하고 표결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절차적 민주주의를 살리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정치권은 왜 이런 모습은 본받지 않는지 궁금하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과 미 의회의 최우선 현안이 건보 개혁이어서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제외한 다른 국제 사안은 미국 정치의 후순위로 밀리는 듯했다. 이제 건보 개혁이 마무리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핵 같은 중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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