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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연구소들의 '부동산버블' 경고, 그동안 왜 침묵했나

화이트보스 2010. 3. 26. 10:10

경제연구소들의 '부동산버블' 경고, 그동안 왜 침묵했나

오마이뉴스 | 입력 2010.03.24 14:15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서울

 




[오마이뉴스 김광수경제연구소 기자]
올 초에 기업은행 보고서가 '부동산 불패신화'의 종말 가능성을 경고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재벌계 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조차 부동산의 대세하락을 경고했습니다. 두 보고서 내용은 우리 연구소가 그 동안 여러 형태의 발간물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주장했던 내용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기업은행의 보고서는 우리 연구소가 발송하는 < 경제시평 > 에서 주장한 공급 과잉 추산치를 직접 인용하기도 했더군요.

물론 이들 보고서 내용이 우리 연구소 주장을 '표절'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제 현상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분석하다 보면 비슷한 분석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결국 비슷한 결론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사실 기업은행경제연구원이나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의 주장 내용은 우리 연구소의 메시지를 귀담아 들은 분들이라면 이미 상당히 익숙한 내용일 것입니다.

어제 보도된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보고서 내용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가계소득 대비 부채 규모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수준에 대한 주장은 이미 우리 연구소가 여러 차례 주장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 연구소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이미 당연히 사용하는 분석틀이니 굳이 거론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물가와 주택가격의 격차를 조사한 내용은 우리 연구소의 < 경제시평 > 과 제가 이후 책으로 펴낸 < 위험한 경제학 > 에서 설명한 내용을 원용한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한 경제지가 보도한 내용과 그 가운데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 아파트값, 美-日 버블붕괴 때보다 위험"
(종합)산은경제연 "집값-물가 격차 커"… 빚 상환능력은 감소중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87년 물가와 주택가격을 각각 100으로 놓았을 때 2009년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물가(전국)는 각각 505.8과 277.9로 '아파트가격-물가'간 격차는 227.9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의 주택가격 버블 붕괴 당시인 2006년 격차(179.2)나 일본의 주택가격 거품 붕괴 당시인 90년 격차(96.6)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에 대해 저희 연구소는 이미 지난해 5월 다음과 같이 분석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 위험한 경제학 > 1권 132~136쪽에 수록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부동산 거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과도하며 향후 어떤 식으로 꺼질 것인지 추정해보자. < 도표3 > 은 한미일 3국의 물가지수와 명목 주택가격 추이, 그리고 두 지수의 차이를 도표로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주택가격 지수(케이스-쉴러지수)는 한국의 서울이나 수도권에 대응하는 미국10대 도시 가격지수를 사용했으며, 일본 역시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를 사용했다.

이 도표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주택 가격이 한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물가 수준을 지속적으로 뛰어넘어 무한히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부동산 버블이 발생할 때 상당 기간에 걸쳐 물가 수준을 뛰어넘어 버블 주택가격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더 긴 흐름에서 보면 결국 물가 수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선, 일본을 보면 1986년부터 주택가격이 급상승해 1991년 정점을 기록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3년경에야 물가지수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버블 붕괴 시기에 부실채권 정리 및 건설, 금융업 등의 구조조정 지연,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추세, 부동산 거품 붕괴 여파 등이 맞물리며 소비자물가지수 이하 수준에서도 상당 기간 주택 가격이 머무르고 있다.





한미일 물가 및 집값 가격 비교.


ⓒ KSERI


미국의 경우에도 1980년대 후반에 주택 가격이 물가지수 수준을 약간 상회했으나, 이후 1990년대 내내 물가지수 수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주택가격이 급상승하면서 2006년 6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2009년 2월 현재 미국 10대 도시의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약 30% 가량 하락했다. 그런데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10~15% 정도의 추가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각 전문가들의 전망이 현재 미국 주택가격이 물가지수 수준과 보이는 격차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또한 부동산 버블이 해소된 뒤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회복하지 못하고 바닥권에서 최소 수 년 동안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우 2008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초기단계에 진입했지만, 부동산 거품이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가격과 소비자물가지수와의 갭은 부동산 버블 정점기의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주택 가격도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나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빠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이 동반되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

우리 연구소를 자랑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들 연구소들의 행태입니다. 우리 연구소와 같은 전문 연구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사회적 사전경고 기능입니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버블이 최소화되도록 하고, 또한 일반 서민가계가 위험한 시기에 부동산 선동에 휘둘려 위험한 부동산 올인을 하지 않도록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거품은 부풀대로 부풀고, 정보력이 부족한 일반 서민들은 무리하게 빚을 내 '폭탄'을 떠안은 뒤에야 뒤늦게 뒷북을 둥둥 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대다수 언론들이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분양대전을 앞두고서도 '공급이 부족하니 집값이 2~3년내 폭등할 것"이라고 허무맹랑한 선동보도를 쏟아낼 때 이들 연구기관들은 뭘 했습니까? 저는 당시에 공급부족론이 얼마나 허구인지, 그리고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이나 현재 집값 수준 대비 얼마나 주택 공급이 과잉인지,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도권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경고했습니다.

단순히 저희 연구소 자랑을 하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희 같이 유료 회원들의 십시일반으로 꾸려가는 조그만 연구소도 하는 일을 왜 수십, 수백 명의 인력을 가진 연구기관들이 수많은 가계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사전에 경고하지 않는가 말입니다. 거꾸로 정부에 건설부양책이나 부동산 부양책을 주문하면서 가계를 희생해서라도 건설업계를 살려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했는가 말입니다.

도대체 이런 연구기관들을 정말 전문 연구기관이라고 믿고 살아가야 하는 이 땅의 서민들의 현실에 가슴이 저며올 뿐입니다. 어떻게 한 나라의 전문기관이나 언론들이 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서민들을 등치고 우려먹기에 정신 없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선대인 부소장.


어쨌거나 올 초의 기업은행 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에 이어 이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경제연구소까지 부동산 버블 붕괴와 대세하락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상황에 이를 만큼 이제 국내 부동산 시장도 한계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까지 와 있습니다.

이제는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맞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부동산 가격이 자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맞춰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도록 하는 게 순리입니다. 이를 거부하고 또 다시 무리한 부양책을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장기침체를 부르는 조치라는 점을 건설족들은 깨닫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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