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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3위 철광업체가 한국 공정委 눈치보는 까닭은

화이트보스 2010. 3. 26. 10:15

세계 2·3위 철광업체가 한국 공정委 눈치보는 까닭은

입력 : 2010.03.26 02:56 / 수정 : 2010.03.26 07:56

세계 2·3위 철광업체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세계 2위와 3위 철광업체 BHP빌리턴과 리오틴토가 작년 12월 말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는데 공정위가 합병 승인을 해줄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석 달째 고심 중입니다. 이들 철광업체는 모두 호주 기업이지요. 외국 기업끼리 합병도 국내 매출액이 200억원을 넘기면 우리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25일 "법상 오는 4월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워낙 검토할 내용이 많아 6월에야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외국 기업 간 합병은 무사 통과였습니다. 작년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 합병 등 30건의 신고가 들어왔지만 아무 조건 없이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왜 공정위가 이 한 건은 고심하는 것일까요?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건과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입니다. 포스코는 연간 3조원가량의 철광석을 수입하고 있는데, 그 중 65%를 두 업체에서 구매한다고 합니다. 포스코의 철강은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우리나라 주력 업종에 '산업의 쌀'로 쓰입니다. 두 회사 합병이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 연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지요.

철강업체들은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세계 시장 점유율이 37.3%로 세계 1위 업체가 되고 독점력이 강해져 철광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BHP빌리턴과 리오틴토는 철광석 생산 부문만 조인트벤처(합작) 회사를 만들어 합병하고 판매는 별도로 할 계획이기 때문에 경쟁 가격이 유지된다고 주장합니다.

공정위로선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우리 경제와 소비자에 피해를 줄 우려는 없는지 등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공정위의 또 다른 고민은 만약 독점력이 강화된다면 가격 인상 폭을 제한하는 등 조건부 승인을 내야 하는데 해외 기업이라 어떻게 말을 듣게 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철광 수입국으로 같은 처지에 놓인 중국, 일본과 공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공정위는 중국 공정거래 당국 간부와 서신을 교환했고, 일본과도 공조하겠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두 회사 합병에 공정위가 시정명령 등을 내리면 외국 기업 합병에 조치를 내린 첫 사례가 된다고 합니다. 공정위가 국내 기업들에 '원칙의 칼'을 들이대듯이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국 기업 간 합병에도 원칙을 지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