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자주 국방

아! 천안함 - 해군은 같이 죽고 같이 산다

화이트보스 2010. 3. 29. 09:39

아! 천안함 - 해군은 같이 죽고 같이 산다

  • 윤연 前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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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28 23:29

윤연 前 해군작전사령관

같은 배 지휘했던 필자, 침몰 소식에 잠 못 이뤄
하늘, 땅, 바다서군인 희생 잇따라…
침몰 원인 끝까지 밝혀야 그 희생 헛되지 않는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우리 바다를 지키던 1200t급 초계함 천안함이 27일 밤 원인 모를 폭발로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필자는 현역 시절 천안함과 똑같은 포항급(級) 초계함 함장을 지냈다. 그 배의 구석구석이 모두 눈에 훤하다. 초급장교 시절엔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와 대청도 근해를 수없이 항해했다. 그 해역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그곳에, 그 칠흑 같은 바다, 그 차가운 바다 속에 전우(戰友)들이 갇혀 있다. 모두가 잠들어도 그들만은 깨어 임무를 수행하던 전우들, 가족 친지 연인을 멀리하고 기관실, 통신실, 조타실에서 책임을 다하던 전우들이다.

바다에서 활동하는 함정 생활은 육지와는 다른 특이한 면이 있다. 함상(艦上)에선 유류(油類), 탄약과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다. 함정에서 잠을 자도 아래 격실에는 유류 창고가 있고, 바로 옆에는 탄약고가 있다. 선진국의 핵추진 함정은 핵시설도 함께 탑재하고 있다. 흔히 공동 운명체를 말할 때 "한배를 탔다"고 말한다. 해군만큼 그 표현이 정확히 맞는 곳이 없다. 해군은 함께 죽고 함께 산다. 필자는 군 경험으로 구조된 전우들이나, 실종된 전우들이나 같이 죽고 같이 사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함정 지휘 경험으로 볼 때 천안함의 초동(初動) 조치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함장은 배가 침몰하고 전원(電源)이 차단된 아수라장에서도 상급 부대에 휴대폰으로 즉각 연락하여 57명의 부하를 살렸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종자를 찾고 구조하는 일이다. 우리 해난구조대(SSU)는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 침몰 해역은 사람을 가랑잎처럼 쓸고 다니는 거센 조류가 흐르고 그나마 눈앞 1m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최악의 조건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SSU 대원들이 천안함에 접근하여 실종자를 구조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또 하나의 커다란 작전이다. 필자는 지금 SSU 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군함은 일반 선박과 달리 수밀 격실이 많아 작업이 더욱 어렵다. 앞으로 선체를 인양하려면 그 악조건 속에서 배를 바로 세우고 로프를 감아 끌어올려야 한다. SSU와 해군이 국민의 기대를 명심하고 분투하기를 바랄 뿐이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천안함 침몰의 원인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 모든 부품을 다 찾아 배를 원상회복시키는 수준까지 가더라도 원인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러나 성급한 예단과 추측은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고를 규명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다. 정확한 조사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침몰 원인에 따라 국가적으로 일대 결단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100%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다만, 평생을 바다에서 생활한 사람으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함정 자체에 문제가 생겨 순식간에 배가 두 동강이 난다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천안함은 건조된 지 20년이지만 이 정도로 함정이 노후했다고 할 수는 없다. 군함에서는 화재(火災)가 발생할 수도 있고, 사격 도중 포대가 파손돼 주변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다. 그러나 화재나 폭발은 해당 공간과 격실에만 제한되고 자동 및 수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다. 세계적 조선(造船)국인 우리나라의 군함은 그 정도의 시스템은 돼 있다.

사고 해역이 북방한계선 근해라는 점에서 북한 잠수함(정)에 의한 어뢰 공격이나 기뢰 부설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 또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누구도 속단해선 안 된다.

최근 공군 F-5기와 육군 헬기 추락, 이번 천안함 침몰 등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장병과 부대에 원인과 이유를 따지기 이전에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려 일하다 목숨을 바친 그들의 희생정신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실종 상태인 46명의 전우들이 생환(生還)하기를 기원하며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