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자주 국방

목련꽃을 바라보며 그대들을 생각합니다

화이트보스 2010. 3. 31. 20:57

목련꽃을 바라보며 그대들을 생각합니다
입력: 2010.03.31 00:00

최혁<편집국 부국장>
요 며칠 사이 회사 근처에 있는 병원을 자주 찾는다. 어디가 아파서가 아니라 목련(木蓮)을 보기위해서이다. 병원 주차장 곁 화단에 목련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지난 주 부터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망울들이 봄바람에 화답하듯 여린 속살들을 내보이는 것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꽃을 막 피울 때 꽃봉오리가 북쪽을 향한다고 해서 북향화(北向花)라 불리는 꽃답게 북쪽하늘을 친구삼아 청순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목련은 꽃의 모양이 연꽃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무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뜻이다. 갸냘픈 꽃잎은 부모 품을 떠나있는 어린아이들의 앳된 모습을 연상시킨다.

어떤 것들은 꽃샘바람에 부대끼다 쉽게 지고 만다. 주차장 바닥에 떨어져 있는 순백의 잎들이 처연하다. 오래, 예쁜 모습으로, 푸른 하늘과 벗하며 곁에 있어주면 좋으련만 아쉬움만 남기고 그렇게 가고 만다. 피어나는 아이들 같은 꽃잎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그런 꽃 잎 같은, 아까운 청춘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서해 백령도에서 들려온 참사는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한다. 신문과 TV에는 울부짖는 어머니와 형제들의 모습이 가득 차있다. 부모들이 통곡하는 모습에 “ 아이고, 어쩌꺼나…” 라며 TV를 보던 사람들도 함께 눈물을 흘린다.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두 동강난 배처럼 마음들도 두 동강난 듯싶다.

어찌해 이런 참담한 일들이, 이리도 쉽게 벌어지는지 모르겠다. 일이 생길 때마다 허둥지둥 늑장대응에, 윗사람들은 책임을 피할 요량으로 빠져 나갈 구멍만을 찾는 일이, 매번 똑같이 되풀이 되고 있다. “사고원인을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초동대응은 아주 잘된 것 같다”는 청와대쪽의 멘트는 실소를 자아내는 코미디의 대사 같다.

초계함 천안호의 침몰사고를 통해 드러난 군 당국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기본적인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일단 말을 내뱉어놓고 뒤에 수습하는 식이다. 사고 초기에는 배 밑에 구멍이 난 것 같다고 발표했다가 두 동강 났다고 밝히는 것을 비롯해 사고발생 시각, 사고 지점, 침몰지점에 관한 말 바꾸기가 이어졌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장본인으로 기억될 것 같다. 초동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군의 잘못과 실수를 국민들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뒤늦게라도 성실히 구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면 군에 대한 불신은 이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을 성 싶다.

김장관은 국회국방위원회에서 “해군은 해경과 긴밀히 협조해 구조작전을 폈고, 초동조처는 비교적 완벽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해군은 나름대로 대단히 노력했으나 기뢰 탐지함을 바로 투입하지 못한 점 등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물러섰다. 해군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에 민간어선이 함미를 발견한 것 등은 ‘미흡’이라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다.

말을 바꾸고, 쉽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한 군의 잘못은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군의 위기대응 능력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나’라는 실망감도 크다. 상황별, 국면별로 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해나갈 능력이 과연 있기나 하는지 의심스럽다.

이런저런 궁금함과 의혹들이 떠오르고 있지만 군은 원칙적인 수준의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실은 ‘천안함이 왜 통상적인 항로를 벗어나 수심이 30m에 불과한 항로를 늦은 밤에 항해했는지’ 이지만 지금 군의 태도로 봐서는 설득력 있는 해명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천안함 침몰 5일 째인 30일. 함미 쪽에 갇혀 있을지 모를 실종자들의 수색· 구조작업은 오늘도 별다른 성과가 없어 보인다. 가족들의 초조함은 울부짖음으로 변해버렸다. 채 피어나지도 못한 채 저 버리는 꽃잎들. 북쪽바다를 지키기 위해 부모 품을 떠났다가 꽃잎되어 서해바다에 저버리는 모습에 모두들 가슴이 너무도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