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지적처럼 인터넷에는 "400m도 아니고 40m에서 6일도 넘게 (선체를) 못 건져 올리는 사상 초유의 코미디. 어차피 배 안에는 시체만 있을 텐데" "저런 능력으로 무슨 전쟁을 하겠다고…" 같은 악담(惡談)이 널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고 현장 방문 기사에는 "아주 멋진 가죽점퍼를 걸쳐 입고, 무슨 연예인인가"하는 댓글이 붙어 있다. "범인은 범행 현장에 반드시 다시 온다"는 글도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정권의 자작극' '한·미 연합군사작전 중에 벌어진 아군의 오폭(誤爆)'이라는 네티즌들도 있다.
이런 나라 상황에서 인터넷에 이런 댓글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정상(正常)이라 할 수 없다. 심성(心性)이 삐뚤어졌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수치다. 죽음을 앞둔 후배들을 살리기 위해 얼음 같은 바다에 몇번씩 몸을 던졌던 한주호 준위를 떠올리면 인터넷의 익명성(匿名性) 뒤에 숨어 들쥐처럼 몰려다니며 아픈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는 이들의 비열함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이날 야당 지도부회의에서는 "새 국방장관과 해군참모총장이 구조작업과 원인 규명 작업을 맡아야 한다" "정부와 군이 사건을 은폐하고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는 등의 정부 비판 발언이 줄을 이었다. 이것 역시 정도(正道)를 벗어났다.
1980년대 초 영국은 높은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등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 와중에 82년 4월 아르헨티나가 영국령 포클랜드섬을 침공했다. 영국 정계의 여야는 즉각 정파를 초월해 대처 총리의 반격을 뒷받침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의 순양함 구축함이 아르헨티나군에 의해 잇따라 격침되는 전쟁터에 둘째아들 앤드루 왕자도 참전하도록 해 힘을 보탰고, 국민 여론도 이런 왕실과 정치권을 뒤따라 정부를 중심으로 뭉쳤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를 당하자 여야 지도부는 사건 발생 다음 날 모두 워싱턴 의사당 앞에 모여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시민 자원봉사자와 헌혈자(獻血者)가 쇄도했고, 언론들은 '눈물' '보복' 같은 감정적 단어들을 가급적 기사에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정부와 국민의 냉정한 대처를 이끌었다.
대한민국 해군 함정이 대한민국의 최전방에서 한밤중에 폭발, 침몰해 해군 장병 수십명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태는 그 자체로 준전시(準戰時)나 다를 게 없다. 이 위기 상황에서 정치권과 언론, 국민이 제자리를 지키며 제 몫을 다하고 얼마나 의연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가로서, 또 그 국민으로서의 품격(品格)이 판가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