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의 지도부라는 사람들은 지금 너도나도 평택 2함대 사령부에 가서 구조작업에 전념해야 할 군(軍)의 정신을 흩트려놓고 구조 현장의 소식 하나에 목이 타들어가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한다며 오히려 귀찮게 하고 있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 빈소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조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정치인도 있다. 국회의원들의 하는 행동이 얼마나 못마땅했으면 실종자 가족들이 "선거운동 하러 왔느냐"고 핀잔을 주었겠는가. 국회의원들이 지금 이 마당에 국정조사를 한답시고 이런 상식 없는 질문과 철없는 행동을 하면 나라와 국회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국회의원이라면 자기들이 나서야 할 순간이 언제인가를 알아야 하고, 나서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하는 상식적 판단은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국방부와 군(軍)도 사고시각 하나 제대로 파악 못해서 1주일 동안 몇 차례 왔다 갔다 한 잘못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새떼에 대한 포격도 처음부터 "북한 공격으로 보고 대응 사격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면 아무 잡음도 뒤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명확히 하지 않으니 '한·미합동훈련 중 침몰했다'라는 악의적인 의혹까지 따랐다.
비상 상황에서 군이 모든 정보와 상황을 공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 깊이 생각해보면 비상 상황일수록 국민과 정부 사이의 신뢰와 소통은 더 중요하다. 지금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부터 정확히 알려야 할 때다. "정부가 민간인 잠수부를 일부러 투입하지 않는다"던 공연한 소리도 민간 잠수부들이 물속에 한 번 들어갔다가 기절하자 단번에 사라졌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국방부가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하고 있는 사건 당시 교신기록 같은 기밀자료도 '기밀엄수(機密嚴守)'라는 전제 아래 유족 대표, 전문가, 국회 국방위원장과 여·야 간사에게 제한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