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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 주유가 어리석지 않다면 적벽대전은 허구

화이트보스 2010. 4. 6. 19:56

방통 주유가 어리석지 않다면 적벽대전은 허구

2010-04-05 22:21:31

적벽대전은 『삼국지』의 하일라이트다. , , 촉 삼국의 주요 영웅이 한 시간, 한 공간에 함께 등장한다. 적벽대전에서 오와 촉은 위를 상대로 연합한다. 촉나라의 제갈공명과 방통은 오나라의 주유와 머리를 맞대고 신묘한 전략을 짜내어 조조를 상대로 펼친다.


이들은 조조의 군대를 물리치는 작전의 일환으로 화공을 택한다이 작전에 따라 방통은 정탐하러 온 조조의 모사 장간을 역이용한다. 방통은 장간에게 주유가 나를 몰라준다고 거짓으로 한탄하며 장간으로 하여금 자신을 조조에게 소개하게 한다. 방통은 조조를 만나 위나라의 백만 대군이 강에서도 마치 뭍에서처럼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할 묘책을 알려준다. 배를 서로 사슬로 연결하면 강물이 아무리 일렁여도 갑판이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조조는 이런 속임수에 넘어간다.

 

조조의 수하가배를 서로 연결하면 화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고 진언하지만 조조는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며 껄껄 웃어넘긴다. 의아해하는 부하에게 조조는 자신의 진영이 북쪽에 있는데 계절이 겨울이어서 북풍이나 서풍이 불기 때문에 손권과 유비가 바람을 거슬러 화공을 감행하지는 못하리라는 점까지 계산하고 있노라고 설명한다.


이 단계에 이르러 주유가 몸져 눕는다. 겨울이라 동남풍이 불지 않는데 무슨 수로 화공을 한단 말인가. 주유의 와병은 이런 고민이 울화로 쌓인 탓이었다. 공명은 주유를 병문안한 자리에서 글을 써 주유의 마음을 읽어보인다. ‘조조를 격파하려면 불로써 공격하는 수밖에 없는데 모든 준비는 됐으나 다만 동쪽 바람이 없구려.’ 크게 놀라는 주유에게 공명은 단을 쌓고 바람을 빌어 사흘간 동남풍이 불도록 하겠다고 장담한다.


공명은 목욕 재계하고 도의를 입고 머리를 풀고 맨발로 칠성단에 올랐다. 하루에 세 번 단 위에 올라갔다 내려왔으나 동남풍은 불지 않았다. 해가 저물었지만 바람 한 점 일지 않았다. 주유가 한 겨울에 어찌 동남풍을 얻겠소라며 실망했다. 그러나 밤 삼경 무렵 동남풍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바람까지 부르는 공명의 능력에 놀란 주유는 훗날의 근심을 없애야 한다며 공격 명령에 앞서 공명을 죽이라고 지시한다. 오나라 군대가 공명이 바람을 빈 곳 이르렀지만 공명이 이미 떠난 뒤였다. 배로 공명을 쫓아갔으나 공명은 조자룡의 호위를 받으며 유유히 달아났다. 조조의 군대는 화공에 철저히 유린돼 거의 궤멸되고 말았다.

 

『삼국지』의 적벽대전 부분은 위와 같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반면 적벽대전과 관련한 정사의 기록은 불과 몇 줄에 그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적인 살을 붙여 적벽대전이 탄생했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실제로는 역병이 돌자 조조가 전투를 벌이지 않고 물러났는데 허구에 허구를 쌓아올려 적벽대전을 지어냈다는 풀이도 있다.

 

나는 적벽대전이 허구라고 본다. 설사 신통하게도 공명이 빌자 동남풍이 불었다고 하더라도,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에 동남풍이 불지 않는다는 불리한 변수는 작전 수립 단계에는 전혀 거론되지 않는다. 방통도 주유도 동남풍이 불지 않는 계절임을 걱정하지 않는다조조의 배를 다 연결한 뒤에야 그 변수에 생각이 미친다방통과 주유가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대목이 억지스럽다. 공명을 부각하려다 보니 줄거리를 그렇게 꾸민 게 아닐까.
 
얘기가 맞아떨어지려면 초기 화공 작전 수립 단계부터 방통과 주유가 동남풍을 걱정하고, 공명이 자신의 바람 부르는 능력을 두 사람에게만 살짝 보였어야 했다. 줄거리 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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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 그림: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