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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代의 고백 "대한민국… 미안하다, 오해했다"

화이트보스 2010. 4. 14. 13:13

20代의 고백 "대한민국… 미안하다, 오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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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14 03:05 / 수정 : 2010.04.14 08:39

독재정권·재벌경제 등 '전쟁 같은 논쟁'… 류석춘 교수 현대사 수강생리포트 책으로

광우병 촛불시위가 한바탕 대한민국을 휩쓸고 지나간 2008년 가을 연세대 강의실은 교수와 학생들의 논쟁으로 뜨거웠다.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의 '발전사회학'을 수강한 43명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한국현대사와 정면으로 맞붙었다.

강의시간은 가히 '전쟁'이었다. 학생들은 10명씩 4개 조로 나눠 매주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사이버 토론'을 하고, 이를 정리해 화·수요일 강의실에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조별로 매주 200개의 글을 쓰며 논쟁을 벌였다. 류 교수는 학생들이 올린 글을 모두 읽고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맞붙었다. 주요 텍스트는 고(故)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의 《건국과 부국》, 김형아 호주국립대 교수의 《박정희의 양날의 선택》, 신장섭·장하준 교수의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등이었다.

처음에는 북한과 남한은 체제가 다른데 어떻게 비교하느냐고 따지는 학생도 있었다. 그러면 다른 학생이 나서 "똑같이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남한과 북한이 왜 달라졌는지 비교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류 교수는 "자기 의견을 발표할 때는 '사실(fact)'에 입각해 근거를 댈 것"을 요구했다.

2008년 가을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과 올해 1학기 류 교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최근 출간된 《대학생들, 대한민국을 다시 보다》(북마크)는 이렇게 16주간 펼쳐진 논쟁의 결과로 제출된 15명의 학기말 리포트를 담았다. 전문 연구자의 논리정연한 논문은 아니지만 오늘 대한민국을 사는 20대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관(觀)이 드러나는 충실한 보고서다.

학생들은 평소 자신이 가졌던 의견과 수업을 들으며 느낀 경험을 진솔하게 썼다. 강의철 학생(경영학과)은 "나 자신이 좌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좌파의 이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북한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을 신뢰했는데, 진실을 외면한 오독(誤讀)과 무시가 내가 가진 역사관의 기반이라는 사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대한민국의 토대를 놓은 이승만과 산업화를 이룬 박정희에 대한 평가도 이 수업을 들으며 크게 달라졌다. 한영익 학생(국문학과)은"이승만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자본주의 질서를 최초로 선택한 점에서 한국 현대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썼다. 박인용 학생(국문학과)은 "유신체제 아래에서 중화학공업과 조선 투자가 성공함에 따라 한국은 향후 수십년에 이르는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재벌의 공과(功過)에 대해서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근홍 학생(사회학과)은 "재벌에 대한 국가의 특혜가 분명 존재했지만 이 특혜는 특혜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것이었으며, 재벌은 국가의 특혜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에 시달려야만 했다"고 적었다. 안슬기 학생(교육학과)은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196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는 심각한 것이 아니며, 불평등은 오히려 김대중·노무현 정부하에서 더욱 심화되었다"고 썼다.

류석춘 교수는 "대한민국사를 객관적으로 보는 강의를 시도했는데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진지하고 도전적으로 들려줘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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