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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인양, 국민 의혹 불식시켜야

화이트보스 2010. 4. 14. 22:00

천안함 인양, 국민 의혹 불식시켜야 [중앙일보]

2010.04.14 19:04 입력

천안함이 침몰된 지 17일 만에 함미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참하게 파손된 함정을 보고 해군 선배 장교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과 함께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오늘 함미를 물 밖으로 끄집어낼 계획이라고 하는데, 조속히 침몰원인을 밝혀내 희생자들의 한을 풀어 주어야 할 것이다.

사건 발생 며칠 후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선체가 두동강이 났다”는 천안함 함장의 진술을 신문에서 보고 필자는 선체 밑 수중에서 폭발한 어뢰나 기뢰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고선 두 조각으로 분리되어 침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시 모습을 드러낸 천안함 함미의 상태를 보면 더욱 그런 확신을 갖게 한다. 우선 탄약고 위에 있는 76㎜함포 등이 온전한 것을 감안하면 내부폭발은 아니다. 함내나 갑판에서 폭발이 있었다면 화재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런 흔적도 없다. 연돌이 소실된 것으로 보아 폭발은 기관실 하부 수중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엔진 등이 설치돼 있는 군함의 기관실 구역은 다른 구역과는 달리 기관실 하부 갑판에서 연돌까지의 격벽구조가 약하다. 그 때문에 폭발의 충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연돌이 날아갔을 가능성이 있다.

폭발물이 선체를 직접 타격할 경우에는 선체에 파공이 생기고 화재가 발생하지만 곧바로 침몰하지는 않는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 시 영국 구축함이 유도탄에 의해 피격돼 화재가 발생했으나, 6일 후에야 침몰했다. 87년 미국 호위함은 이라크 전투기에서 발사된 유도탄에 명중되었지만 침몰하지 않았다.

결국 기뢰나 어뢰가 함정 밑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폭발할 때 발생하는 버블제트 효과와 2차적으로 발생하는 엄청난 물기둥으로 인해 공중에 솟구친 함정이 자신의 무게에 의해 파공된 부위를 중심으로 절단되는 것이다. 백령도 초병이나 생존장병들이 쿵, 쾅 하는 두 번의 큰 폭발음을 들었다면 전형적인 수중 폭발에 의한 침몰임을 입증하는 것이 된다.

필자는 99년 미국 해군의 해상 무기발사시험에 우리 해군 잠수함이 참가하는 훈련을 계획한 바 있다. 당시 표적함은 79년에 퇴역한 1만t급 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였다. 우리 잠수함은 어뢰를 목표물에 직접 맞히는 방안과 수중폭발을 시키는 것 중 후자를 택한 후 어뢰가 자장에 감응해 폭발되도록 조정(setting)했다. 그러면 어뢰는 표적함 하부를 통과하면서 표적함의 자장이 가장 강해지는 선체 중앙에서 터지게 된다. 필자의 기억으로 철판두께가 27㎝인 오클라호마시티함은 어뢰 한 발에 의해 공중으로 솟구치면서 두 조각으로 절단됐다.

이번에 천안함도 선체 가운데 부분이 절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뢰 혹은 잠수함에 의한 어뢰 공격에 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수상 함정이 수중의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수중)이라는 매질은 공기에 비하면 돌과 같다. 해상에 비행기가 추락할 때 산산조각이 나는 이유다. 그 때문에 전파를 이용하는 레이더로서는 수중의 잠수함을 탐지할 수가 없다. 유일한 탐지수단은 음파인데, 이것도 물에 의한 마찰과 수중의 온도 차이로 인한 음파의 굴절 등으로 탐지거리가 매우 제한된다. 실제 포클랜드전쟁 때 영국의 대잠 수상함·항공기·헬기 등이 수중의 물체를 탐지하고 공격을 했지만 모두 허위표적이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잠수함은 ‘본질적인 은밀(스텔스) 무기체계’로 불리운다. 다른 나라의 영해에 진입하려면 수면 위로 부상해 자국(自國)의 국기를 게양한 상태에서 항해토록 유엔해양법에 규정돼 있다.

이제 인양작업이 완료되고 진상조사가 진행되면 침몰 원인이나 피격 상황에 대해 보다 정확한 설명이 나올 것이다. 그런 만큼 진상조사를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군은 사건 초기에 겪었던 우왕좌왕이나 혼선이 재현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유언비어의 전파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양 과정 및 조사결과를 국민에게 명확하게 밝혀 국민이 의혹과 불신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절단면도 한국과 외국의 전문가에 의한 분석결과와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불필요한 유언비어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성 국방연구원 초빙연구원.전 해군 잠수함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