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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하고 합참의장에겐 보고를 빼먹었다니 …

화이트보스 2010. 4. 15. 22:57

깜박하고 합참의장에겐 보고를 빼먹었다니 … [중앙일보]

2010.04.15 22:17 입력

“보고는 생명이다.” 군복무를 한 사람이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말이다. 그런데 막상 우리 군 수뇌부는 한국전쟁 이후 최고 수준의 안보 위기 상황에서 아예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 적의 공격이 있을 때 우리 군의 대응 작전을 최고위 수준에서 지휘하도록 돼 있는 합참의장이 사건 발생 49분이나 지나서야 보고 받았다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은 그로부터 3분 뒤였다. 합참에서 두 사람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는 지휘통제반장이 보고하는 것을 깜박 잊었다는 것이다. 군의 보고체계가 이 정도로 엉망이란 말인가.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아찔해진다.

지휘통제반장은 직속 상관인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을 건너뛴 채 청와대에 보고했고 국방부 장관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조차 못한 채 긴급 안보장관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합동참모본부가 해군 2함대로부터 보고 받은 것도 사건 발생 23분이 지나서였다. 믿기 어려운 일들이 잇따라 벌어졌다.

북한은 휴전선 가까운 곳에 병력의 70%를 집중해 놓고 있다. 1000여 발의 미사일로 우리를 겨누고 있고 수도권 전역을 사정거리 안에 두는 장사정포와 방사포도 수없이 배치해 놓고 있다.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갑자기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경우 우리가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수도권 전 지역이 초토화될 수 있다. 후방 지역을 기습 공격하기 위한 특수작전 능력도 세계 최대 규모다. 우리 군도 북한의 이런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와 엄청난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야 국민이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는가.

이번 보고체계 단절 사건은 군 지휘부의 기강 해이로밖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지휘부가 이처럼 느슨한데 일선 장병들이 아무리 강도 높은 훈련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유사시 잘 훈련된 장병들의 아까운 희생만 넘쳐나게 할까 봐 겁난다. 안보 위협은 비단 북한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군 내부로부터도 올 수 있다. 철저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 그것도 천안함 피격사태의 후속 조치와 별도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군기(軍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