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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맡자마자 부도… 영산강 시작부터 '헛삽질'

화이트보스 2010. 4. 18. 20:45

공사 맡자마자 부도… 영산강 시작부터 '헛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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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17 07:44 / 수정 : 2010.04.18 11:30

부도설이 돌던 건설업체가 4대강 공사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 진짜 부도났다. 이 업체는 사업권을 딸 때부터 뒷말이 많았다. 정부가 추정한 금액의 절반값을 제시했는데 이 금액에 맞추려면 '부실공사'외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설계 점수도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사업에 차질을 빚게 한 이 회사는 어떻게 정부가 사력을 다하고 있는 4대강 사업자로 선정됐을까.

3월 첫째 주 서울 여의도 증권가와 명동 사채시장에선 N건설의 자금난이 화제가 됐다. 중견 건설사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업체가 이 회사라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선 이 회사를 익명으로 거론하며 '주택사업이 난항을 빚어 심각한 자금난과 함께 부도설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직원 월급을 못 주고 있고 명동 사채시장에 자금 조달을 타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런 N건설이 3월 17일 '영산강 하굿둑 구조개선 사업 2공구' 사업자가 됐다. 한국농어촌공사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작년 말 긴급 발주한 사업이었다.

전남 해남군 영산강 일대에서 배수갑문을 확장하고 교량 1개를 설치하며 물관리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는 2052억원짜리(추정) 공사였다.

설계점수(70%)와 가격점수(30%)를 더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방식이었다. 수주경쟁에 나선 것은 N건설과 H건설이었다. N건설은 설계심사에서 76.55점을 받았고 H건설은 90.05점을 받았다.

13.5점은 '엄청난' 차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통상 설계에서 4점 이상 벌어지면 상황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삼성·현대·GS건설 등 굴지의 건설업체끼리 붙었다면 1, 2점도 큰 점수 차라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벌어질 영산강 유역. 정부가‘올인’한 사업답지 않게 일부 공사업체 선정 과정 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런데 이변이 가격 점수에서 발생했다. N건설은 정부가 추정한 공사금액 2052억원의 50.32%인 1032억원을 제시했다. 미처 예상치 못한 초저가를 제시하는 바람에 N건설은 가격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H건설은 500억원이 적은 1500억원을 입찰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최종승자는 N건설이 됐다. 같은 날 실시된 영산강 하굿둑 1공구와 3공구 입찰에선 설계점수 1등이었던 GS건설과·SK건설이 예상대로 공사를 수주했다.

두 업체는 정부가 제시한 금액의 99%와 95%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공사를 따냈다. N건설은 2000억원짜리 공사를 1000억원에 잘해낼 수 있을까. N건설 주장은 이런 것이었다.

"이번 공사를 위해 입찰공고 수개월 전부터 지형과 지반의 특성을 조사했고, 신공법을 도입하면 적은 사업비로도 공사를 충분히 할 수 있다." 업계의 판단은 N건설 주장과 달랐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설계점수가 그렇게 적게 나오겠느냐"고 했다. 그 금액으로 사업을 진행할수록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깡통공사'라는 것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값싼 원자재와 저임금 인력으로 부실공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무튼 정상적인 공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N건설이 4대강 공사를 따내자 일각에선 "회사 경영이 좋아졌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N건설은 공사 수주 10여일 만인 이달 2일쯤 어음 300억원 결제가 힘들다며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작년 시공능력평가액 9244억원, 매출액 8463억원으로 국내 35위 규모다. 충남 천안 등에서 대규모 아파트 사업을 벌이다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고 한다. N건설측은 "경기가 어렵기도 했고 '부도설'로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며 "영산강 공사를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했다.

난감해진 건 정부측이었다. 농어촌공사는 2012년 12월 31일까지 공사를 마치려 했으나 공기(工期)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N건설에 사업을 그대로 맡길 경우 파행 공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했다. 농어촌공사측은 차점자 H건설이나 N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업체에 공사를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 관계자는 "누가 2000억원짜리 공사를 1000억원에 떠맡겠느냐"면서 "차라리 재입찰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농어촌공사는 이달 말까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N건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주에 나섰고, 농어촌공사는 업계 사정도 모르고 사업자를 뽑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총력 사업을 이런 식으로 진행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