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헬스케어

불면증

화이트보스 2010. 4. 23. 15:47

잠의 축복’ 빼앗긴 당신에게
대수롭지않게 여기다 수면제도 무용지물
잠자는 시간 외엔 눕지 말고 햇빛 가까이
억지잠 자지 말고 마음 속 원인 해결부터

 
 
1266234488_7000406111_20100216.jpg유조선이 암초에 좌초돼 원유가 유출돼 미국 알래스카 일대 생태계 오염을 유발했던 엑손발데즈호 사건,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노출돼 심각한 재앙을 일으켰던 체르노빌 사건,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했던 우주왕복선 첼린저호 사건, 빙산과 충돌해 승객 및 승무원 1500여명이 사망한 타이타닉호 사건…. 이들의 공통점은 ‘졸음’이 원인이었다는 점이다.
 
엑손발데즈호 사건은 심각한 수면부족으로 졸음에 시달리던 3등 항해사가 잘못된 항로로 유도해서 발생했다. 체르노빌 사건은 새벽 1시 비상 점검을 위해 껐던 자동 안전장치 켜는 대신 냉각시스템을 끄는 등 잘못 대처한 것이 원인이었다. 챌린저호 사건은 졸린 조작자가 다른 버튼을 눌러서, 타이타닉호는 졸다가 빙산을 뒤늦게 발견한데 따른 것이다.
 
잠을 제대로 못잔 결과는 이렇듯 참담하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인생의 1/3을 차지하는 잠이 중요한 까닭이다. 또한 잠은 건강을 위해서도 잠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은 잠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풀고, 재충전한다. 에너지를 보호하고, 체온을 조절한다. 뇌와 신경세포의 성숙과 기능을 유지하고, 기억을 정리한다. 면역기능을 회복하고 조절하며, 중요 호르몬을 조절한다. 생존에 필요한 주요 단백질의 합성과 분해도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 ‘잠 못 이루는 한국인’ 급증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불면의 밤’에 노출돼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수면장애 환자가 2001년 5만1천명에서 2008년 22만8천명으로 4.5배나 늘어났다. 복잡해진 사회, 야경 문화, 텔레비전의 시청 등 환경적인 요인을 비롯 수면장애의 원인은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약물 투입, 통증 등 다양하다.
 
최경임(62)씨는 5년째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6개월 된 갓난아이를 둔 아들의 이혼소식을 듣고나서부터다. 큰 충격이었다. 손자의 양육까지 맡았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루 1~2시간도 채 못 잤다. 짜증만 쌓이고, 만성피로에 시달렸으며, 일상은 피폐해져 갔다. 처음엔 수면제에 의존했으나, 나중에는 이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최씨는 “2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얼마 전까지 침도 맞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몸무게도 5㎏이나 빠졌고, 당뇨까지 온 뒤로는 수차례 자살도 생각했다. 잠이 이렇게 소중한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주부 김선희(36·가명)씨는 남편이 실직한 1년 전부터 불면증을 앓기 시작했다. 최씨의 벌이가 매달 200만원 남짓인 반면 일곱살, 다섯살 자녀의 유치원비, 전세 대출금 상환용으로 150만원이 나간다. 최씨는 “아무리 아껴도 매달 50만원 이상 적자”라며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에 잠을 통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씨와 김씨처럼 스트레스, 불안, 초조, 근심 등 심리적 요인이 잠자리까지 이어지면서 수면을 방해할 때다. 요즘처럼 졸업과 취업, 인사철 등이 환경 변화와 맞물리면 더욱 심해진다. 배우자와의 사별, 실직, 이혼 등의 급작스러운 충격도 잠을 못 이루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고려대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는 “환자들 중 90%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며 “10~20대는 성적과 부모, 20대 후반부터 30대는 취업과 실직, 40대는 직장과 자녀 문제 등이 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수면제 복용은 금물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 중 자주 깨거나,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거나, 잠이 부족하다는 상태가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느껴질 때를 말한다. 잠자리에서 1시간 이상 잠들지 못해 양을 수천마리씩 세는 일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불면증을 의심할 수 있다.
 
불면증 자체가 병이 아니라 증상이라는 인식 탓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많은데, 이는 불면증을 고착화시키는 주범이다. 최경임씨는 몸이 불면증에 의해 잠을 못 자는 상황을 습관처럼 받아들이면서 만성 불면증으로까지 이어졌다. 최씨는 잠자리에서 매번 ‘오늘도 잠을 못자는 건 아닐까?’ “꼭 자야 하는데…’ 등을 염려했다.
 
알코올로 불면증을 해결하는 것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근본적 치료법이 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수면제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다. 전문의와 상담하는 비율은 5% 남짓이다. 경희대의대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수면제를 자주, 오랜 기간 먹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유지하고, 낮에 햇빛을 많이 쐬며 운동을 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 7~8시간 자는 게 적절
적정 수면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성인은 대체로 7~8시간이다. 중·고등학생은 8시간, 초등학생은 9시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잠을 충분히 못 자면, 개인적으로는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매일 6시간 이내로 자면 인지기능, 판단력과 업무 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우울증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적으로는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등 심각한 문제까지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성장과 발육을 지연시키고, 학습장애나 주의력 결핍 등의 증상을 야기시킬 수 있다.
 
통과 눈흐림, 가려움증, 온몸이 아픈 증상, 만성피로 등도 증가한다. 기분은 저조하고, 짜증을 잘 내며, 부정적인 생각과 우울증을 갖기 쉽다. 뿐만 아니라 수면이 부족하면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어 비만 위험성도 높아진다. 또 혈중 포도당 대사에도 영향을 미쳐 당뇨 발생율을 높이고,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도 높인다. 신원철 교수는 “하룻밤을 꼬박 새거나 1주일 동안 4시간 잠을 자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 상태와 같다”고 설명했다.
 
■ 마음 먼저 풀어야
2주 전부터 신철 교수의 치료를 받고 있는 최씨는 요즘 하루 5시간 남짓 잠을 잔다. 사실 최씨의 처방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약물 처방과 동시에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도록 긍정적 사고방식을 갖도록 유도한 것이 주효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불면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최씨처럼 마음 속의 응어리를 털어내거나 충격을 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김씨는 남편의 실직상태가 해결되지 않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면증 증상이 개선되고 있다. 잠 못 잔다고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기, 잠자는 시간 외에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 줄이기 등을 실천했다. 잠자기 전 가벼운 스트레칭, 요가, 명상 등 몸과 마음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숙면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병행했던 것이 주효했다.
 
신원철 교수는 “잠이 안 오는데 굳이 침실에 누워 있을 필요가 없다”며 “독서, 텔레비전 시청 등 다른 일을 하다가 졸릴 때 다시 침실로 들어가는 방법을 반복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잘 맞는 수면 환경들을 찾는 것도 좋은 습관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불이나 요, 베개, 잠옷 등 자신의 수면에 알맞는 침구는 좋은 수면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또 조명이나 소리, 온도 등도 자신에게 알맞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때로는 이닦기, 가벼운 몸동장, 미지근한 물로 하는 짧은 샤워, 비누향 등이 수면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잠을 준비하는 동안 두뇌의 활동을 줄이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신철 교수는 “불면증 원인을 해결하거나 그것이 쉽지 않다면 원인 자체를 잊어버리거나 포기해야 한다”며 “취미 생활을 하거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도움말:신철(고려대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 신원철(경희대의대 신경과 교수)
  


  
‘코골이 불면증’ 옆으로 누워야 숙면
척추건강 위해선 S라인 유지
똑바로 누워 무릎 밑 베개를
 
126623436132_20100216.jpg

잠을 잘 자기 위한 자세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신철 교수는 “자신에게 가장 편한 자세가 숙면에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자는 동안 5~10회 정도 뒤척임을 한다. 따라서 똑바로 눕든, 옆으로 누워서 자든, 엎드려서 자든 본인이 불편을 안 느끼면 별 문제가 없다. 신원철 교수도 “의학적으로 검증된, 숙면에 좋은 자세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척추 건강을 감안했을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숙면을 취했지만, 일어났을 때 목이 뻣뻣하고 허리가 쑤신다면  척추에 무리를 주는 수면 자세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올바른 자세로 잠을 청하면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되레 척추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자생한방병원은 병원에 온 척추질환자 10명 중 7명의 수면자세가 불량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척추 건강을 위한 바람직한 자세는 목, 등에서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척추가 S곡선을 이룰 때다. 또 척추를 이루는 관절과 인대, 근육 등에 불필요한 힘이 가해져서도 안된다. 즉, 천장을 보고 반듯하게 누운 자세가 이상적이다. 이때 무릎 밑에 쿠션이나 베개를 받쳐주면 더욱 편안해진다. 이정준 바로병원 원장은 “양 발은 어깨 너비로 벌리고 양손은 몸에 가볍게 붙인 자세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은 “웅크린 자세로 한쪽 옆으로만 자면 척추와 근육의 배열이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며 “엎드려 자는 자세가 가장 안 좋은 자세”라고 말했다. 단,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경우에는 바닥과 등이 30도 이상 되게 옆으로 눕는 자세를 권한다.
 
베개는 너무 푹신푹신하지 않은 것을 고른다. 목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6~8㎝ 높이가 적당하다. 베개가 너무 높으면 목디스크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 단, 옆으로 주로 누워자는 경우에는 목뼈와 허리뼈가 일직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10~15㎝ 높이가 적당하다. 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푹신한 침대보다는 온돌바닥이나 평평하고 단단한 매트가 더 낫다.
 
김미영 기자
 
우유·대추차 숙면에 도움
 
‘잠이 안오면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는 괜한 말이 아니다. 우유 속에는 편안함과 만족감을 주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생성에 꼭 필요한 트립토판이 많이 함유돼 있다. 그러나 차게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바나나, 감자, 아몬드, 호두, 콩, 두부 등도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식품이다.
 
한방에서는 불면증 예방을 위해 잠자리에 들기 전 대추차를 권한다. 진정효과가 있는 허브류도 수면에 도움을 준다. 카모마일, 라벤다 등은 차뿐 아니라 목욕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노영범 부천한의원 원장은 “허브차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뭉친 근육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을 촉진해 수면유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 수면 부족 전조증상들 
1. 졸음운전을 포함해 낮에 자주 존다.
2. 독서, 텔레비전 시청, 업무 때 잠이 쏟아진다.
3. 일이나 공부에 집중이 어렵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4. ‘눈이 풀렸다’거나 ‘졸린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5. 기억력이 떨어지고, 매사에 반응이 둔해진다.
6. 감정 조절이 잘 안되고, 짜증과 화를 잘 낸다.
7. 몸이 나른하고 피곤하며, 실수를 자주 한다.
 
◎ 불면증 극복을 위한 10계명
1. 수면시간과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한다.
2. 낮에 40분 동안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이나 산책을 한다.

3. 낮잠은 가급적 피한다.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한다.
4. 잠들기 4~6시간 전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 콜라, 녹차, 홍차 등을 피한다.
5. 담배는 가급적 끊는다. 수면을 위한 알코올 섭취도 금한다.
6.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나 수분 섭취를 제한한다.
7. 잠자리 소음은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조절한다.
8. 수면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지 않는다.
9.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은 푼다. 목욕, 요가, 명상, 가벼운 독서를 권한다.
10. 잠자리에서 20분 이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과감하게 일어난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