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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무소유' 제값에 소유 마지막 기회

화이트보스 2010. 4. 27. 10:30

`아름다운 마무리` 6주 연속 1위, 25만부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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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입적한 법정스님이 28일 49재를 맞기까지 서점가는 법정스님이 남기고 간 '맑고 향기로운' 책들에 사로잡혀 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등 사회 지도자들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서점가에 고인의 책을 찾는 독자들이 줄을 잇기는 했으나 법정스님 책들의 힘은 남달랐다.

삶과 일상, 죽음에 대해 성찰한 수필집 '아름다운 마무리'(2008)는 입적 직후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하는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6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입적 이후 판매량만 25만부에 달한다.

이 책은 법정스님이 말년을 보내면서 '내려놓음'과 '비움' 등 인생의 마무리에 대한 철학을 풀어놓아 법정스님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름다운 마무리'뿐 아니라 법정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와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산문집 '산에는 꽃이 피네', '인연 이야기', '오두막 편지', '홀로 사는 즐거움', '맑고 향기롭게' 등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면서 20위까지 집계하는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한 저자의 책이 절반 이상인 11권이나 오르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고 앞으로도 쉽게 깨지지 않을 진기록을 세웠다.

재고 부족으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벗어나 있던 대표작 '무소유'(1976)도 추가 발행이 시작되자마자 치고 올라와 지난주에는 2위를 차지했다.

'맑고향기롭게' 등을 낸 조화로운삶의 최연순 편집장은 "서점들의 주문이 계속된 것은 물론이고, 지방의 독자들이 책을 구할 수 없는지 직접 출판사에 문의하는 전화도 많이 걸려왔다"고 전했다.

일단, 법정스님의 책들이 엄청난 인기를 끈 기본적인 이유는 책 자체의 힘이다.

법정스님은 일상과 사회를 파헤치는 날카로운 시선, 비우고 버리는 무소유의 지혜를 탁월한 문장력으로 풀어내 숨 가쁜 문명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법정스님이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달라"는 유언장을 남기면서 불거진 절판 논란도 저서들의 '희귀성'을 높였다. 책을 서점에서 더는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숨은 독자들까지 서점으로 끄집어낸 것이다.

유언 내용이 전해지자 300만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 '무소유'를 낸 출판사 범우사가 추가 인쇄를 하지 않으면서 중고 책방과 인터넷 오픈마켓에는 '무소유' 중고 책을 구하려는 독자들이 몰렸고, 발행 연도별로 책을 모으는 수집가에 의해 한 경매에서 110만5천원에 낙찰되는 사례도 나왔다.

다만, 이런 열풍이 언제까지나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스님의 유지를 이어받은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와 출판사들이 스님의 저서들을 올해 말까지만 서점에서 판매하기로 합의한 데다, 발행 부수도 저서 한 종당 5만 부로 제한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범우사는 '무소유'를 합의에서 제한한 부수만큼 모두 출고한 상태이며, 다른 출판사들도 제한 부수만큼 차례로 출고하고 있다.

또, 그동안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법정스님의 저서가 절반인 10권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주에는 다소 줄어든 7권만 순위에 들어 법정스님의 입적 이후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하게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