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한민국의 아들들을 보낸다. 아니 그들은 대한민국의 아들이기 전에 한 젊은 어머니가 혹시라도 찬바람에 고뿔이 걸릴까 봐 가슴에 품고 살았던 자식이었으며, 걸음마 무렵 몇 발짝 떼는 걸음만으로 어머니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환희(歡喜)를 안겨줬던 아들이었고,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입학식에서 어엿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온 가족의 가슴을 든든하게 해줬던 집안의 보물이었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한 어머니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이 세상 모두를 준다 해도 바꾸지 않으려 하던 아들을, 그리고 그 가족이 대들보보다 중히 여겼던 형제와 오빠를 영원히 떠나보내는 날이다.
젊은 죽음은 애처롭다. 펼치고 싶은 뜻이 컸고, 차디차게 식은 가슴이 얼마나 따뜻했었는지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은 죽음은 안타깝다. 그들이 이 시대 이 땅에서 생(生)을 받지 않았더라면 성급한 죽음이 그들을 비켜갔을 것임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 아들들을 보내는 국민의 마음이 더 이렇게 먹먹하고, 두 동강 난 조국의 현실이 우리 가슴을 더 무너지게 한다.
우리는 그 아들들이 천안함과 함께 차가운 밤바다에 가라앉은 지 34일 만에 그들과 작별하려고 모였다. 가족들은 '대한민국 해군의 아들들이 가장 영예롭고 군인다운 작별 방식으로 여겼을 것'이라며 해군장(葬)을 선택했다. 서울광장이나 국회의사당에서 영결식을 치르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모두 사양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여섯 가족도 어제 빈 관(棺)에 아들의 머리카락, 남편의 손톱, 동생의 해군 정복을 넣었다. 그 허망한 입관(入棺) 역시 2주 전 함미(艦尾)가 인양됐을 때 가족들 스스로 수색을 그만두게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면서 각오한 일이었다.
영결식이 끝나고 아들들이 군항부두를 지날 땐 그들이 살아 내 집처럼 아끼고 정(情) 들었던 모든 함정이 기적(汽笛)에 가슴 미어지는 아픔을 실어 보낸다. 아들들이 가는 길엔 해군 군악대가 해군가 '바다로 가자'를 연주한다. "우리들은 이 바다 위해 이 몸과 맘을 다 바쳤나니, 바다의 용사들아 돛 달고 나가자 오대양 저 끝까지, 나가자 푸른 바다로 우리의 사명은 여길세, 지키자 이 바다 생명을 다하여…."
영결식에선 눈 감고 누운 젊은 영령(英靈)들 가슴 위에 화랑무공훈장이 바쳐지고 그들은 대전현충원에 잠들게 된다. 어느 어머니의 아들이고 대한민국의 아들인 이들의 관 위에 흙이 덮이는 순간 우리 국민은 기억해야 할 것이 있고 행동해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이 못다 한 뜻이 무엇이었으며, 지금도 그들의 진정한 안식(安息)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가를 기억하고, 젊은 혼(魂)들이 피맺힌 소리로 우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오늘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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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들 가슴에 흙을 덮으며 맹세해야 할 것
입력 : 2010.04.28 23:03 / 수정 : 2010.04.29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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