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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으로 '코너 몰린 北' 중국 손 잡고 위기 탈출?

화이트보스 2010. 5. 3. 09:50

천안함으로 '코너 몰린 北' 중국 손 잡고 위기 탈출?

입력 : 2010.05.03 03:00

中과 유대강화… 천안함 정세대응… 경제난 타개·6자회담 복귀 모색
"訪中 시기적으로 부적절" 견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요즘이 중국 최고 지도부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적기라는 데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이 지난 4월 하순부터 엑스포 개막에 맞춰 대부분 중국 내에 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김정일의 방중은 실익이 없을 것이기때문에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북한의 천안함 연루 가능성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북핵 6자회담이나 대북 경제지원은 재개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정일이 방중을 강행한다면, 북한의 사정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 입장에선 화폐 개혁과 유엔 제재로 인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중국의 지원이 다급하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긴장돼 있고 국제사회가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상황에서 북한은 전통적인 우방국인 중국 외에 마땅히 기댈 언덕이 없다. 베이징 외교가 관계자는 "이 시기를 넘어가면 중국 최고지도부의 외교 일정과 휴가철 등으로 인해 상반기 내 방중은 어렵다"며 "중국의 경제 원조가 시급한 북한으로서는 더이상 방중을 미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이르면 오늘 訪中"] 단둥역 출입 통제… 2일 오후 중국 공안(경찰)이 북₩중 접경지대 단둥(丹東)의 철도역에 들어온 신의주발(發) 열차를 바라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임박설이 제기된 2일에는 철도역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출입이 통제됐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4차례 중국을 방문했으며, 열차편으로 초저녁 또는 새벽에 단둥을 통과한 뒤 베이징으로 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8일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전일춘 39호실장이 베이징을 5박6일간 방문한 것도 김 위원장 방중에 앞서 중국 측과 경제협력 관련 의제를 사전 조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대북 전문가는 "전 실장이 베이징에서 중국 측과 만나 경협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당장 시급한 것은 무상 경제 원조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 대가로 중국이 10만t가량의 식량을 제공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만t이 모두 쌀이라고 하면 6000만달러에 이른다. 지난 한해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식량(29만t)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적잖은 분량이다.

무상 원조 외에 신의주 일대의 공단 조성, 나선항 개방 등 북·중 양국 국경지대의 경제 협력 문제도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달러 공급처 역할을 해온 남북경제 협력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북한은 중국의 투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외자 유치 창구로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고, 그 이사장에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장을 앉힌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유엔 제재를 이유로 정부 간이 아닌 민간 차원의 경협을 주장하고 있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게 대북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의 민간자본도 대북 투자에 대해 아직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김정일의 방중이 단지 경제 문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북중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대규모 원조와 경협의 대가로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베이징 외교가 관계자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전격 선언하면서 '공(6자회담 재개 문제)'을 다시 한번 우리나라와 미국에 떠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중국으로선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면서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입지도 다지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먼저 규명한 뒤 6자회담을 어떻게 진전시킬지 판단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