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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감옥 갈 후보 뽑을 건가

화이트보스 2010. 5. 12. 16:32

또 감옥 갈 후보 뽑을 건가

 

지방선거까지 불과 20여 일 남았으나 유권자들의 관심은 매우 낮다. 10명 중 7명이 자기가 뽑은 자치단체장 이름을 모를 정도다. 2006년 투표율은 50%를 밑돌았다. 민선 5기인 6·2 지방선거는 전국 동시선거로 8개 부문에 걸쳐 모두 3990명을 뽑는다. 광역자치단체장(서울시장, 광역 시장, 도지사 등 16명), 기초단체장(일반 시장, 군수, 구청장 등 230명), 광역의원, 기초의원, 광역비례의원, 기초비례의원, 교육감, 교육의원이 선출 대상이다. 단체장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4년 임기가 보장돼 있고 예산집행권, 인사권, 각종 사업의 인·허가권, 개발사업 승인권 등을 갖고 있어 지역에서는 제왕적인 존재다. 민생부문에서는 국회의원보다 영향력이 크다. 지방선거가 총선 이상으로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은 해방 후 선거를 통해 국회를 구성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근본 이념으로 한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선거를 치러왔다. 그러나 60년이 넘는 선거사는 불법과 탈법, 과열과 혼탁으로 점철돼 왔다.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인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대통령이 외국으로 망명한 불행한 경험까지 가지고 있는 우리가 아직도 그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공천헌금, 금품 제공, 지역감정 조장, 흑색선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에도 돈을 건네다가 적발된 사례가 벌써 여러 건 발생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사회갈등을 국민의 의사를 통해 해결해나가는 사회통합의 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선거 풍토는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조장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지역주의 선거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통합위원회와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는 이번 선거기간에 ‘지역감정 조장 행위 추방 캠페인’을 추진해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정치문화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 전국에 시민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선거 종료 후 지역감정 악용 후보 ‘워스트(worst) 10’과 극복 후보 ‘베스트(best) 10’을 선정, 발표한다. 매니페스토 운동이란 후보자들이 선거공약을 할 때 각 정책의 우선순위를 밝히고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공정, 재원조달 방안 등을 제시하는 제도다. 유권자들은 정책공약을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정치인들은 책임지는 선거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현 4기 기초단체장 중 각종 비리를 저질러 기소된 사람이 전체 23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0명(47.8%)이고, 그중 33명이 직위를 상실했다. 이들 때문에 들어간 재·보선 비용만 작년까지 480여억원에 이른다.

천안함 사태로 미증유의 안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후보자나 유권자들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기약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뽑아놓은 단체장들이 줄줄이 기소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느라 수백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불법·비리 선거가 재현된다면 우리가 과연 대의민주주의를 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마저 제기될 것이다.

김영신 경원대 신방과 초빙교수·사회통합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