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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형사' 고갈

화이트보스 2010. 5. 13. 13:49

'젊은 형사' 고갈

입력 : 2010.05.12 23:03

20년쯤 전 사회부 기자로 경찰서를 출입할 때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유명한 강력반장이 있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얼굴은 험상궂었고 100㎏ 가까운 거구였다. 모르는 사람이 처음 만나면 경찰관이라기보다 경찰이 쫓아다니는 쪽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그는 새벽에 기자가 찾아가면 스카치테이프로 줄줄이 이어붙인 사진첩을 보여주곤 했다. 참혹한 모습의 변사자(變死者)들 사진이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 그 가족들 원한을 풀어주는 게 형사의 보람"이라고 했다.

▶형사는 경찰서의 수사과나 형사과에 배치돼 범인 체포와 검거를 맡고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한다. 경찰관 제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근무한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880회나 방영된 TV드라마 '수사반장'을 비롯해, '투캅스' '공공의 적'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거북이 달린다'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의 단골 소재가 됐다.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의 경정 계급(일선 경찰서 과장급) 이하 외근 형사 7937명의 평균 나이가 만 39.5세라고 한다. 20대 554명(7%), 30대 3691명(46%), 40대 2832명(36%), 50대 이상 860명(11%)이었다. 만 40세 이상이 47%나 된다. 서울 일선 경찰서 강력팀의 경우 10년 전쯤에 비해 평균 10살쯤 많아졌다고 한다.

▶젊은 경찰이 형사를 기피하는 이유는 낮밤 없이 사건을 쫓아 뛰어다녀야 하고 승진은 늦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밤샘 근무를 밥먹듯 하고 주말에는 쉴 수가 없는 직업인 데다 사회적으로 알아준다고 할 수도 없다. 기자들은 그런 형사들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감정을 느껴 보통 '형님'이라고 부른다. 밤샘 후 해장국집에 마주앉으면 터져나오는 신세타령에 맞장구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해 순경 1차 채용시험 경쟁률은 33대 1이나 됐다. 경찰관 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경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형사가 되겠다는 젊은이는 부족하다. 의사 가운데 하는 일이 고되고 버는 돈은 많지 않은 외과의사 지망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과 비슷하다. 젊은 형사가 부족해지면 첨단화·지능화하는 범죄에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가 외과의사들 보수를 올려주는 대책을 세웠듯이 형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대책도 내놔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