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정부, 4대강 반대론자 이야기도 귀 열고 들어보라

화이트보스 2010. 5. 13. 14:05

정부, 4대강 반대론자 이야기도 귀 열고 들어보라

입력 : 2010.05.12 23:03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의 물줄기를 손보는 4대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명동 성당에선 10일 4대강 사업 반대 미사가 열렸고 여주 신륵사에선 24일 개신교·천주교·불교·원불교 등 4대 종단 반대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대형 국책(國策) 사업에선 국민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2년 전 광우병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깨닫고 배웠을 것이다. 정부는 4대강에선 광우병 동란(動亂)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 가운데엔 현 정권과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 정부의 모든 결정, 모든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도 섞여 있을 것이다. 자연에 조금이라도 손을 대는 것을 환경 파괴, 생명 파괴로 보는 근본주의적(根本主義的) 자세를 가진 사람도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 가운데는 조리(條理)와 논리(論理)를 제시하며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지금 4대강 반대 진영엔 맹목적 반대와 합리적 반대가 한데 얽혀 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순조롭게 끌고 가고 싶다면 합리적 반대론자의 이야기에도 귀를 열고 그 속에 보다 나은 4대강 사업을 위해 참고할 생각이 담겨 있는지도 들어보아야 한다. 그래야 맹목적 반대론자를 걸러낼 수도 있다.

반대 진영에선 22조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이 신중한 검토 없이 돌파 작전 벌이듯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3월 4대강 비판 성명에서 "우리 산하의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 속에도 이 성명 중의 '왜 이렇게 한꺼번에 급하게' 하는 대목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부가 4대강 공사를 동시에 착공(着工)은 했더라도 강의 규모에 따라 준공(竣工) 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한다면 4대강 찬성론자들의 확신을 키우면서 4대강 반대론자들의 불신(不信)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4대강 사업에 대해 여러 방식으로 설명도 하고 설득도 했다. 설득은 '입'으로 하는 것으로만 아는 것은 얕은 생각이다. 정말 중대한 일은 '귀'로 설득하는 법이다. 상대의 걱정과 불만에 귀를 열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 마음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火)을 꺼주는 효과가 있다. '대통령의 귀', '국무총리의 귀'처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귀는 '보통사람의 귀'보다 몇십 배 설득력을 갖는다. 정부는 이제라도 '말하는 설득'에서 '듣는 설득'으로 설득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 반대와 맹목적 반대의 어깨동무가 풀리고 반대론자들을 생산적·협조적 토론의 장(場)으로 끌어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합리적 의견을 수용하려면 시간도 더 걸리고 공사도 훨씬 까다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합리적 반대와 맹목적 반대가 한데 합쳐 급류(急流)를 형성하게 내버려두면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지키는 둑에 금이 가서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

4대강 사업의 많은 쟁점들은 과학적·공학적·경제적 쟁점이다. 전문가들이 토론을 거쳐 건설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반대파를 대표하는 최고 전문가들과 찬성파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쟁점을 하나하나 공개적으로 정리해 나간다면 국민도 그 과정을 통해 이 사업의 성격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반대 진영도 '원론적(原論的) 반대의 틀'을 벗어나 '해답을 찾기 위한 각론적(各論的) 논리'를 갖고 4대강 토론에 참가해야 한다.

본래 선악(善惡)이 다투는 종교의 원리는 다양한 가치들이 혼재(混在)하면서 경쟁하는 세속(世俗)의 원리와는 거리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세속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섣불리 종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얕은 생각을 함부로 이야기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연은 신(神)의 손길이 만들어낸 것이니 사람이 손을 대는 걸 자제해야 한다는 종교적 반대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러나 도로 내고 터널 뚫고 바다를 메우는 것은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외면할 수 없는 사업이다. 이제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들고 종교계에 '귀'로 다가서고 종교계는 '입'을 열어 반대의 논리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함께 살아갈 길을 뚫을 차례다.


[오늘의 사설]
[사설] '촛불 백서', 정부 잘못도 낱낱이 담는 징비록(懲毖錄) 돼야
[사설] 북한의 느닷없는 "핵융합 반응 성공"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