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현재 국토해양부는 전국 미분양 주택을 11만6000여 가구로 집계하고 있다. 민간 건설업체가 건설해 공급하는 주택이 연간 약 30만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건설되는 주택의 30% 이상이 미분양된 셈이다.
이 때문에 미분양에 돈이 묶인 주택건설업체가 자금난으로 연쇄 도산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주택 생산 체계가 무너지면서 공급이 위축되고, 가뜩이나 취약한 주택수급 기반이 불안해져 주택 시장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대형 건설업체가 부도나면 어떻게 될까.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통상 대기업의 1개 건설현장당 협력업체는 30~40개에 달한다. 협력업체는 원청 대기업보다 자본력이 영세하고, 대부분 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다. 원청 대기업의 부도는 협력업체 연쇄부도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지역 경제 침체와 주택 한 채당 하루에 428명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대량실업 문제를 낳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달 23일 미분양 아파트 2만 가구를 사들이고, 리츠·펀드 활성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미분양 주택 매입 등의 방법으로 미분양 주택 4만여 가구를 줄이기로 했다. 또, 일부 주택에 한해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완화해 주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 발표에 대해 주택업계는 “지원이 미흡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미분양 양산은 기업의 경영 부실에서 비롯된 것인데 정부가 예산을 들여 지원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견해 차이는 미분양의 발생 원인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분양을 초래한 요인은 무엇일까. 크게 다음과 같은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는 IMF 당시 내수 경기 회복과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지방에 대규모 공공임대 아파트를 지었다. 문제는 이 임대주택이 5년 임대 후 분양 전환되면서 지방 주택시장의 수요를 대부분 빨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던 경기 호황과 이어진 부동산 개발 붐이 우리나라에도 불어닥쳤다.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자금이 부동산 개발로 몰려들었고,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노무현 정부의 지역 균형개발과 98조원의 토지 보상금이다.
2003년부터 지역균형개발 전략이 추진되면서 정부 주도의 대대적 부동산 개발 붐이 퍼지고, 지방 주택시장엔 투자자들이 북적댔다. 당시 서울·수도권의 주택시장 규제로 주택 사업이 힘들었던 건설업체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건설될 경우 서울·수도권의 인구가 대거 지방으로 이주해 지방 주택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지방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에 건설된 주택은 기본적으로 서울·수도권에서 내려올 이주수요와 그 이주수요를 예상한 투자수요, 지역에 존재하는 소수의 고소득계층을 겨냥한 것이다. 중대형 위주 고가 아파트의 건설이 많았다는 점이 그 증거다.
부동산 투기 열풍에 놀란 노무현 정부는 뒤늦게 주택시장 규제를 시행했다. 정부의 시장 규제가 한창이던 2006년엔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 행정구역 중 40%가 넘게 주택투기지역(92개)이나 토지투기지역(95개)으로 지정됐다. 그 여파로 주택거래가 크게 위축되면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주택산업을 오늘날 위기 상황에 처하게 만든 근본 요인은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부동산 개발 시 고려해야 할 경기와 정책 변수에 대한 위험을 간과한 기업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불합리한 부동산 개발 정책과 투기억제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고려하지 못한 정부의 과오도 적지 않다.
지금 지방 미분양을 단박에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는 힘들다. 다만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수요 없는 곳에 공급 없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정부와 건설업계가 함께 미분양 발생을 사전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시급하다.
'경제,사회문화 > 사회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중·러 쓰는 TNT, 천안함서 나왔다 (0) | 2010.05.14 |
---|---|
美, 천안함 北소행 판단하에 대응책 검토 (0) | 2010.05.14 |
중국에 한국은 경제 우방, 안보 위협 (0) | 2010.05.14 |
경제 나아지는 요즘이 기업 구조조정의 적기" (0) | 2010.05.14 |
중국을 '통일한국' 찬성으로 돌릴 수 있다 (0) | 2010.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