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융감독원장 '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
"병든 부분 도려내야 정상인 만든다
中企 보증연장 또 해주기는 힘들어… 저축은행 PF대출 부실 차단할 것"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부실기업 정리를 위해 메스를 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년8개월이나 됐고, 한국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섰는데도 아직도 정부 지원 없이는 연명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이라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김 원장은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을 기념해 지난 11일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가 조금 나아지는 요즘이 기업 구조조정의 최고 적기"라고 말했다. "지금도 도저히 못 살아날 기업은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위기이후 재도약을 위한 튼튼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병든 부분을 도려내야 정상적인 사람을 만들 수 있지 않느냐"면서 "경쟁력도 없고 유동성(流動性·자금)도 부족한 한계기업은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퇴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8년 3월 취임한 김 원장이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건설과 조선, 해운 업종이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으로 들어갔는데. 제외되거나 추가되는 곳이 있나.
"건설과 조선 업종은 여전히 어렵다. 조선의 경우 세계경제가 생각보다 매우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은 조금 풀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확 풀리지는 않고 있다. 역시 물동량이 아직까지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발생 이후부터 계속 구조조정을 주도해왔다. 지금이 구조조정의 적기라면 그동안은 구조조정이 부진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어떻게 할 계획인가.
"채권은행들이 건설과 조선, 해운 업체들에 대한 신용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지난해보다 약정 체결대상이 조금 더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건설은 토목부문은 괜찮은데 주택부문이 지방 미분양으로 자금이 막혀 어렵다. 지방 미분양 대책이 발표됐는데 그래도 회생 안 되는 건설업체는 채권은행들이 판단해서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다."
―현대그룹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여부는 어떻게 되나. 현대의 대북 사업은 남북 경협 등 정책방향에 의한 것이기도 했는데, 물론 기업의 책임도 있지만 남북경협이란 특수성도 감안되나.
"채권은행들이 객관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채권은행들이 남북 경협 등까지 고려해 판단하긴 어렵고 그런 부분과 관계없이 할 것으로 본다.
―해운업황이 호전되면 현대그룹의 재무약정 체결이 유예될 수 있나.
"은행이 판단할 일이긴 하지만 그런 규정은 없다.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를 평가해 약정을 맺느냐 안 맺느냐는 이미 마련된 은행과 은행연합회의 기준에 따르는 것이다. 선수금을 받으면 자산과 부채가 같이 느는 조선업체를 지난해 예외로 인정했지만, 그외 예외는 없었다."
―중소기업 보증연장 조치가 지난해 말 6개월 연장됐는데. 6월쯤 다시 연장될 수 있나.
"위기극복 이후 또 보증연장을 해주기는 쉽지 않다. 중소기업들도 신용위험 평가를 받아 구조조정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저축은행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규모 부동산개발 관련 대출)가 금융권 부실의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2005년 건설경기가 좋을 때 PF대출이 많이 늘었다. 그때부터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위험) 관리를 하고 있다. PF대출을 전체 여신의 30%로 제한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지만 건설 경기가 워낙 나쁘다 보니 (부실 우려 등)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PF 대출 연착륙 방안은.
"PF대출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부실 PF채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해 불안요인이 되는 것을 차단할 예정이다."
―부실저축은행을 M&A로 우량 저축은행에 인수시키는 등 소리없이 구조조정을 한 것이 오히려 인수한 저축은행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키지는 않았나.
"통상 부실했던 저축은행은 M&A 후 2년 정도 정상화 과정을 밟는다. 현재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한 저축은행 중 위험해진 사례는 없다. 1998년에 231개나 되던 저축은행이 지금 104개로 줄었다. 2008년 12월부터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저축은행에 다른 지역에 지점을 설치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줬고, 그래서 M&A가 활발해졌다."
―건설업계에서는 DTI(총부채상환비율·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봉의 일정수준을 넘지 못하게 대출액을 제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대출액을 집값의 일정비율 이하로 제한)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LTV와 DTI 규제 덕분에 서브프라임 사태로 다른 나라 금융회사들이 휘청거릴 때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 국제회의에 가서 한국의 LTV가 47%에 불과하다고 큰소리 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DTI 규제는 소득수준과 채무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규모를 정하는 것으로,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라는 기본취지에 부합하는 제도다. 당분간 DTI 규제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