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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덮을 '오바마 TPP', 긴장해야

화이트보스 2010. 5. 15. 09:54

한·미 FTA 덮을 '오바마 TPP', 긴장해야

입력 : 2010.05.14 23:39

한·미 FTA가 수년째 진전이 없다. 그러는 사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훨씬 큰 규모의 대(對)아시아 무역 협정 '환태평양파트너십(TPP·Trans-Pacific Partnership)'에 집중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일종의 '다자 간 FTA'인 TPP를 미국 경제의 새로운 기반으로 만든다는 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미 FTA 담당자들은 긴장해야 한다.

TPP는 2005년 싱가포르·브루나이·뉴질랜드·칠레 등 4개국에 의해 창설됐다. 이들 4개국의 경제 규모는 비록 작았지만 TPP를 훗날 거대한 환태평양 무역권의 기틀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예상은 맞아가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TPP 가입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호주·페루·베트남도 TPP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캐나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아직 TPP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반대론자들은 TPP가 이름만 거창할 뿐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TPP가 "아태지역 경제 통합에 있어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과 미국을 연결해주는 고리"라고 평가했다. 향후 5년간 미국의 수출을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수출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TPP는 이제 오바마의 새로운 대(對)아시아 무역 패러다임인 것이다.

TPP의 미래에 대해 속단하긴 아직 이르다. 빨리 가입할수록 선발주자로서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에 유리한 규칙을 정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한국은 이미 TPP 소속국인 싱가포르·칠레와 FTA를 시행하고 있어 TPP에 가입해도 새로 얻을 게 없다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한국은 일단 TPP가 확대될 경우 혼자 뒤처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

당장은 TPP가 한·미 FTA에 미치는 영향부터 심각히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 한·미 FTA는 부시 정권에서 시작해 오바마 정권에서 길을 잃은 고아와 같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기가 적절해지면 의회에 비준안을 제출하겠다"고만 하고 있다. 예상하건대, 아무리 일러도 올해 11월 미국 의회 선거 이전엔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미 FTA와 달리 TPP는 오바마 정부 고유의 외교·무역 정책으로 엄청난 모멘텀을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오바마 정부는 2005년부터 실행 중인 미국·호주 간 FTA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TPP로 보완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훗날 TPP가 FTA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한·미 FTA를 통과시키도록 한국이 미국을 압박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혹시라도 미국이 TPP를 핑계로 FTA 체결을 미루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한국은 핵확산 방지, 금융위기 타파, 기후변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다. 한·미 FTA의 조속한 체결이 양국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줄 것이라는 사실을 미국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