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는 13일 실시된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14일 민주노동당과 협상을 통해 자신으로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유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렸던 인물로 2년 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었다. 84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제1 야당 민주당이 16개 시·도 중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회의원 1명도 없는 국민참여당에 밀려난 것이다.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고, 친노의 한 축(軸)인 이해찬 전 총리가 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노(盧) 정권에서 '좌희정, 우광재'란 말까지 나왔던 386 측근 안희정·이광재 후보는 각각 민주당 충남지사와 강원지사 후보로 나섰고,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던 김두관 후보는 무소속으로 경남지사에 도전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는 2008년 초 자신의 정치 족보(族譜)인 친노가 "조상이 죄를 지어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폐족(廢族)"이라고 했었다.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분노에 가까운 호된 평가를 내린 후의 이야기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여당으로 치른 4년 전 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지사 중 15곳, 230곳 시장·군수·구청장 중 211곳에서 패했다. 지방선거 사상 유례가 없는 여당 참패였다. 민주당은 이어 2007년 대선에서 531만표 차이로 대패했다. 이것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민주당은 일련의 선거 참패 이유를 '친노 책임'으로 몰아붙였다. 그에 따라 친노 세력들은 당을 떠나거나 잠시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그간 제1 야당을 이끌어온 리더십이 얼마나 취약했는가를 그대로 드러냈다. 민주당 지도부가 자기 반성(反省)의 과정을 밟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불과 2년 전 국민들에게 그렇게 무참하게 버림받았던 친노 세력이 다시 숨을 쉬며 재등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것은 한나라당 정권 덕분이기도 하다. 현 정부가 어떻게 인권·여성·환경·노동 등 21세기 정치의 핵심 이슈를 모두 좌파의 전용구장(專用球場)으로 넘겨주게 됐으며, 과연 현 정부가 사회·경제 양극화 등 포퓰리즘이 서식(棲息)할 수 있는 풍토에 어떤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 왔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되물어봐야 한다. 여야(與野) 정치권 모두가 깊이 생각해볼 때다.
[오늘의 사설]
[사설] 합참의장, 거취 표명으로 軍 개혁의 물꼬 터줘야
[사설] 한나라당, '少數者' 챙기겠다고 한 게 언젠데 이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