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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통령

화이트보스 2010. 5. 17. 09:20

다음 대통령

  • 김대중 고문

입력 : 2010.05.16 22:21

2013~2018년은 북한내 폭발적 변화 중·일의 부상과 재기
對美 자력갱생 요구가 불가피한 시기 믿고 맡길 사람 안보여

우리의 다음 대통령 임기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다. 2010년대를 아우르는 이 시기는 한반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예상컨대 대한민국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변화들이 집중적으로 일어날 시기다.

우선 북한에 폭발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의 건강, 세습독재에 대한 저항감의 축적, 경제피폐와 지하경제의 만연 등은 2010년대의 북한 정치지도를 크게 바꿔 놓을 것이다. 특히 '김정일 없는 북한'에 어떤 혼란과 투쟁이 벌어질지,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짐작가는 바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 내의 변화에 군사적 요인까지 작동한다면 우리는 이번 천안함 사태에서 보듯이 한반도에서 무력적 충돌을 감수해야 할는지 모른다. 어쩌면 통일의 기회가 빨리 올 수도 있다. 우리의 다음 대통령은 바로 이런 북한의 변화를 상대로 한국의 안전과 한반도의 통합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중국의 부상(浮上)과 일본의 독자노선은 한국의 앞날에 북한의 변화 못지않은 중대한 변수로 다가올 것이다. 이번 천안함 사태와 김정일의 방중(訪中)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이중적 접근을 볼 때 중국이 언제까지나 한국에 우호적이거나 협조적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너무 낭만적이다. 특히 중국이 우리를 미국의 파트너로만 치부한다면 우리의 대중(對中)외교는 단순한 선린외교 차원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일본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일본 내에 퍼지고 있는 '미국 일변도 외교'에 대한 비판, 경제대국 재도약을 향한 심기일전,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살아남기 등은 일본을 다시 내연(內燃)하게 만들 것이다. 전후 60년의 안일함에서 깨어나는 일본을 우리는 두려운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우리의 다음 대통령은 바로 그런 시기에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의 진로를 조타해 나가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도 부분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재구성되고 있고, 미국도 세계 최강국의 지위에서 내려앉아야 할지 모른다. 우리 국력의 신장과 세계 속의 위치 향상은 우리의 자력갱생과 독자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의 안보협력과 교역확대를 유지하면서 양국의 관계를 수평(水平) 쪽으로 클릭해 나가야 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우리의 다음 대통령은 새로운 대미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우리 국내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2010년대 우리가 겪게 될 변화는 아마도 지난 30년의 변화를 능가할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우리는 성장통(成長痛)의 단계를 넘어 선진통(先進痛)을 겪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우리의 이 공동체가 롱런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초가 확립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념, 지역, 계층 간의 갈등과 대립을 지양하는 리더십이 그것을 판가름할 것이다. 우리의 다음 대통령은 바로 그 시기를 책임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대한민국이 번듯해지고 우리 모두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다음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하고 그래서 시대적 통찰력과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가진 훌륭한 대통령을 가져야 한다. 과거 우리는 독립운동, 산업화, 민주화 등 그 시대를 이끈 지도자들을 보상하듯이 선출해줬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빚이 없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를 잘살게 하고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을 뽑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그런 '대통령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이제 불과 2년 반 남았는데 우리 앞에는 이기적 정치꾼, 파벌의 총수, 기회주의자들만 왔다갔다 할 뿐이다. 정당들은 내일의 한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만들고 찾아내서 국민 앞에 제시할 책무가 있는데도 여전히 정치싸움에만 머물러 있고, 내일의 대통령에 나서보겠다는 정치인들은 꼼수만 두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휩싸여 있다. 사실 지자체 선거는 내일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상향식(上向式) 절차라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던져진 상황은 권력과 파벌싸움, 그것도 패자부활전이나 대리전 또는 사이드 게임의 양상일 뿐, 내일의 지도자를 국민 앞에 제시하는 결단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음 대통령'에 나서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뒤에 숨거나 딴전을 보는 듯한 양상이다. 누가 시장, 도지사가 되고 누가 교육감이 되든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다음 대통령'과는 상관이 없거나 소용이 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6·2 선거를 '남의 선거'로 여기는 것 같다. 우리는 여전히 지도자 결핍증을 앓고 있는 중이고 그래서 '다음 대통령의 시대'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