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등으로 경작지 줄어 정부, 농지이용권 개방조치… 건설·유통·음식업 속속 경작
일본 나라(奈良)현 우다(宇陀)시 특산물은 우엉과 대파다. 다른 지역처럼 고령화와 도시화로 경작지가 감소하면서 생산량도 줄고 있다. 이런 마당에 "우엉과 파를 기르겠다"며 올 들어 우다시 8개 건설업체가 버려진 농지를 빌려 밭갈이를 시작했다. 우에다(植田)건설도 그중 한 곳. "농업이든, 뭐든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농업신문은 이곳 사장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나라현은 대환영이다. 재정난으로 정부의 공공사업 발주가 줄어들면서 지역 건설업자가 줄줄이 파산하고, 고령화로 농가가 줄면서 억새만 자라는 불모지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귀농(歸農)이 일본 산업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작년 말 시행된 개정 농지법이 귀농 길을 열었다. 편의점 '세븐 일레븐'을 운영하는 일본 유통그룹 세븐&아이는 7월 자회사 '세븐 팜(farm)'을 설립한다. 이 회사가 운용할 농장은 수도권 4곳의 50㏊를 포함해 전국 10곳의 70㏊. 당근, 무, 양배추 등 농산물 20품목을 대량 재배해 자사 점포를 통해 자사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
세븐&아이의 경쟁사인 로손도 지난달 수도권에서 농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접 친환경·무농약 농산물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의 식품상사인 신에이(神榮)도 같은 이유로 올 들어 후쿠이(福井)현 사카이(坂井)시 북부 구릉지를 빌려 채소 재배를 시작했다. 음식을 파는 외식(外食)업체는 20% 정도가 이미 농업을 시작했거나 시작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지 면적은 1965년 600만㏊에서 2005년 469만㏊로 줄었다. 경작포기 농지는 1975년 13만㏊에서 2005년 38만㏊로 늘었다. 고령화와 도시화, 수입 농산물의 확대로 농업 인구가 줄어든 탓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작년 말 농지법을 개정해 농지 이용권을 기업과 NPO(비영리단체) 법인에 개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