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알프스로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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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19 08:01:37
수년 전에 일본 영화 '비밀'을 보다가 엄청난 눈이 내린 사이로 관광버스가 지나가는 장면을 보고 탄성을 자아낸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저곳은 어디길래 눈이 저렇게 많이 쌓였을까? 신기했거든요.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 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지 그곳이 일본의 어디인지는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부기우기에 가기 위해 신도림역에서 2호선 열차를 기다리는데 스크린도어에 일본에 놀러오라는 광고를 봤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엄청난 높이로 쌓인 설벽 사이를 버스가 지나가는 모습이었지요. '눈(Snow)'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저에게는 그때부터 이곳이 로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설벽이 있는 곳이 바로 도야마시였고, 정식 명칭은 '알펜루트'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작년 2월에 마리아랑 한라산 어리목-영실 코스에 올랐다가 사람 높이로 쌓인 설경에 감탄을 하며 '지금까지 가본 산 중에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알펜루트를 다녀오면서 결국 1위 자리를 일본에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아, 물론 다음에 록키산맥이나 스위스나 히말라야에 가면 언제든지 1위는 뒤바뀔 수 있겠지만 당분간 도야마시의 알펜루트는 제 최고의 여행지가 될 것 같습니다. ^^;;;
일본에 다녀온지 3개월 밖에 안 되었지만, 또 갔습니다. 5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간 도야마와 난토, 히다시를 다녀왔지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일본통 사람들을 수소문 해도 도야마에 가봤던 사람은 전무하더군요. 위치는 아래 지도처럼 나가노 우측에 있습니다.
한국어로 서비스하는 공식 홈페이지는 http://www.visit-toyama.com/kr/ 입니다. 주요 관광지와 숙박, 맛집, 교통편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스패를 비롯하여 한국인들은 주로 도쿄나 오사카를 방문합니다. 이 도시에 가면 가끔은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때가 있지요. 맛집에 가면 현지인보다 한국인이 더 많아서 놀라기도 합니다. 그러나 도야마는 참 조용한 시골 마을입니다. 다른 일본 동네처럼 길거리에 담배 꽁초 하나 없지만 사람 역시 찾아보기 힘듭니다. 워낙 근면해서 거의 모든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많이 떠났다고 하네요. 북적북적한 것이 좋은 사람이라면 아쉬울지 몰라도 저처럼 이런 적막한 풍경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입니다.
무엇보다 도야마와 난토, 히다시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입니다. 세 도시 어디를 가더라도 사진을 찍는 곳마다 그림 엽서처럼 예쁘게 나옵니다. 예전에 차누형이 그리스에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지금까지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시는데, 일본의 이 세 도시도 만만치 않으리라 장담합니다.
일단 공기와 물이 아주 깨끗해서 우리나라 산골에서나 볼 수 있는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있고, 도시 하수구에도 엄청나게 큰 물고기떼들이 뛰어놉니다. 최근 들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서울의 탁한 공기에 숨이 막혀가던 저에게 100% 무공해 산소탱크를 선물한 듯 싶었습니다.
볼거리도 장난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수십 미터 높이의 알펜루트는 매년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오는데 한국인만 해도 2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고 하네요. 최근에는 자국 일본보다도 중국이나 대만에서 더 많이 오는 듯 싶더군요. 마침 공효진과 하정우도 노스페이스 CF를 찍으러 이곳에 왔다는데 아쉽게도 그들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얼마나 멋진 풍경이 나올지는 추후에 노스페이스 광고가 나오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아래는 제가 알펜루트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이 외에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라카와고 합장촌도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전세계에 총 660곳 정도 되는데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190곳, 이중에서 역사마을로 지정된 곳은 겨우 다섯 곳 뿐이랍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시라카와고 합장촌이죠. 가을부터 봄까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그 눈을 이겨내느라 독특한 가옥 풍경을 지닌 이 마을은 어딜 봐도 그냥 입이 쩍 벌어집니다. 또한 5월인데도 저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의 만년설이 더욱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참고 : http://blog.joins.com/dh1218/9073929)
작년 늦가을에 제주도에 간 궁극적인 목적은 이제 막 잡히기 시작한 방어를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때 먹은 싱싱한 방어맛이 일품이었는데 이 방어가 또 제대로 유명한 곳이 바로 일본 도야마입니다. 워낙 품질 좋은 방어가 많이 잡혀서 대부분 도쿄 어시장으로 비싼 값을 받고 팔려나간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이번에 방어회를 먹었는데 겨울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꿀처럼 달콤한 맛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아.. 또 먹고 싶다... 참치야 말할 것도 없고 도야마 앞바다는 워낙 물이 깊어서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데 심해에 사는 흰새우도 명품입니다. 흰새우로 만든 튀김을 먹고 모두 눈이 +_+ 이렇게 되었지요. 어떤 맛인지 궁금하시면 도야마에 가서 꼭! 맛보시기 바랍니다.
주로 여성분들이 관심을 더 가질 숙소와 온천도 좋은 곳이 널려 있습니다. 수백 년 전통의 료칸(여관)과 동화 속 모습 그대로인 호텔 모습에 정말 잘 놀고 푹~ 쉬다 왔습니다. 제가 머문 숙소는 첫날은 사쿠라이 가이케쿠아가덴 호텔이고, 둘째날은 아쓰산간이라는 료칸이며, 셋째날과 넷째날은 도야마 공항에서 멀지 않은 도야마 다이치 호텔에서 머물렀습니다. 혹시 도야마에 가신다면 가이케쿠아가덴과 아쓰산간은 꼭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주변 풍경과 정성스러운 서비스의 극치, 최고의 일식 요리를 직접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워낙 눈이 많은 동네라서 알펜루트 위주의 관광을 하려면 4~5월이 제일 좋고, 산 중턱까지는 단풍 그 위로는 눈으로 덮인 설경을 보려면 가을이 좋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 5월에 갔지만 기회가 된다면 가을에 또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마침 도야마 아시아나 한국인 지점장님과도 얘기를 나눴는데 도야마와 난토시와 히다시의 가을 풍경도 환상적이라며 꼭 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보통 4박 5일 정도의 여행을 다녀오면 피곤하기 마련인데 매일 밤 늦게까지 일행과 한국식으로 술을 많이 마셨지만 지금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여행은 처음입니다.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심심할지 몰라도 자연의 장관과 일본의 장인 정신을 맛보고 싶다면 도야마, 난토, 히다시를 강력추천합니다. 저는 200% 이상 만족한 최고의 여행이었습니다!
단지 알펜루트 설경에서 스윙댄스를 추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지만요 ㅜ.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스윙빠에서 만나면 일본에서 사온 먹거리 드릴게요~^^
화성인.
p.s. 이 후기는 '맛배기' 입니다.
조만간 3~5부작 정도로 4박 5일간의 일정을 자세히 올리겠습니다.
이 부근으로 일본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은 댓글이나 쪽지로 말씀해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에서 정성껏 답변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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