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천안함 사건의 유력한 증거 중 하나인 어뢰 추진체에 새겨진 '1번'과 관련, "1번, 2번의 '번'은 일본식 단어라 북한에서 쓰지 않으며, 북측 검열단이 내려오면 그것 가지고 한마디 할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북한의 백화원(초대소)도 '1호각' '2호각' 등으로 불린다고 예를 들었다.
탈북자들은 "북한 실생활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반응이다. 탈북지식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번'자는 순서를 나타낼 때 북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라고 말했다.
한 고위탈북자는 "모든 것이 궁핍한 북한에서는 순서를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때 어김없이 1번, 2번 등의 숫자를 쓴다"고 말했다. 배급소나 버스정류장 등 줄을 서거나 순서가 필요한 곳에서는 '번'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대신 '호'는 사물의 종류를 구별할 때 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누구인지, 또는 대상이 뭔지 등에 따라 '1호 별장', '15호 관리소'(수용소), '10호 대상' 식으로 표시한다.
공장에서 미사일을 생산할 때 미사일의 종류가 다르면 1호나 2호 미사일 등으로 구분하고, 같은 종류끼리는 1번, 2번 식으로 구별한다.
1200t급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날 정도로 엄청난 폭발이 있었는데도 1.2m 길이의 어뢰 추진부가 큰 훼손 없이 발견된 데 대해 일각에서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뢰 구조와 폭발 특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한다.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제 CHT-02D 어뢰는 맨 앞의 유도조종부를 시작으로 고성능 폭약으로 채워져 있는 탄두(彈頭)부, 추진전지부, 전동기(모터)부, 추진후부(프로펠러 등)의 순으로 구성돼 있다. 이 어뢰(길이 7.35m) 중 폭발하는 탄두부는 70~80cm 크기인데 이곳이 폭발하더라도 추진부 앞에 있는 추진전지부가 완충 역할을 하며, 추진부는 단단하고 가벼워 잘 부서지지 않고 폭발 충격으로 날아가 해저에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합동조사단이 쌍끌이 어선을 동원한 것도 '어뢰 프로펠러가 해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실제로 국산무기개발의 총본산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 2004년 국산 어뢰를 시험발사해 어뢰가 폭발한 이후에도 추진부 일부가 회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130t급 연어급(級) 잠수정이 중(重)어뢰로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연어급 잠수정이 중어뢰를 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으로 확인된 북한제 어뢰는 직경 533mm 중어뢰인 CHT-02D다.
군 전문가들은 그러나 연어급 잠수정도 중어뢰를 충분히 탑재·발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연어급과 비슷한 크기인 이란의 '가디르'급(120t급) 잠수정이 직경 533mm 어뢰 발사관 2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르급 잠수정은 북한이 이란에 수출한 연어급 잠수정으로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2차대전 때 일본 해군은 연어급 잠수정보다 훨씬 작은 47t 크기에 직경 450mm 어뢰 2발을 실을 수 있는 잠수정을 개발해 실전에 투입했고, 연어급보다 작은 북한 유고급 잠수정은 직경 406mm 어뢰 발사관을 탑재하고 있다.
한 어뢰 전문가는 "잠수정의 어뢰발사 때 좌우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좌우 어뢰 발사관 중 한쪽에서만 쏠 경우 좌우균형이 깨질 수 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이런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