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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의식, 천안함 이전과 이후

화이트보스 2010. 5. 24. 10:08

국민 의식, 천안함 이전과 이후

입력 : 2010.05.23 23:27 / 수정 : 2010.05.24 02:20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대(對)국민담화를 발표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독자적 대응조치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방안 등 국제적 대응에 대해서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담화에 이어 외교·국방·통일 장관이 구체적 조치 내용을 발표한다.

우리 정부의 응징 조치들이 구체화하면 북한도 갖은 협박과 함께 또 다른 도발 위협을 하고 나올 것이다. 이런 안보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은 나라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결연한 자세와 국가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지도자의 리더십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국민의 마음가짐과 의지다. 우리는 천안함 사태 전까지 대한민국의 번영이 얼마나 위태위태한 안보적 토대 위에 세워진 건물인지를 잊고 살았다. 북한 어뢰가 천안함을 폭침시킨 증거들은 북한의 범죄에 대한 증거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대한민국 국민이 지금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를 일깨워주는 경고다. 천안함을 두 동강 낸 어뢰는 '안보는 물과 공기처럼 값싸게 아무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이 큰 착각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공짜나 다름없이 싼 값에 이용해왔던 물과 공기가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바로 생존을 위협받는다. 국가 역시 안보 토대가 흔들리는 순간 그 위에 세워진 번영·평화·질서 등등의 가치는 한순간에 요동치며 주저앉는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1000t이면 4000만명을 죽일 수 있는 화학무기를 5000t이나 보유하고, 18만 특수부대가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 AN-2 비행기를 이용해 동족(同族)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과 잔인성으로 무장한 집단을 머리 위에 이고 살고 있다. 북한은 1000만 서울시민 머리 위에 사정거리 60㎞짜리 장사정포의 조준을 맞춰놓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10년간 서쪽 연평 앞바다에서 우리 해군이 피를 흘리며 싸울 때도 우리는 동쪽에서는 좌석을 꽉 채운 금강산행 관광버스가 줄지어 달려가는 등 무감각하고 무신경한 생활을 해왔다. 천안함 테러는 이렇게 '경제는 저절로 성장하는 것이고 안보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착각해온 한국인들에게 던져진 경고다.

천안함 이후 한반도에 전개될 새로운 안보 환경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물질적 비용뿐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정신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안보 비용을 치르라고 요구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가 짊어지고 있는 최대·최고의 책무는 국민들에게 국가 안보가 한 번 흔들리면 그 몇 십배·몇 백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현실을 상기시키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때론 '최소의 비용'이 아니라 '적절한 비용'을 감당할 각오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정신적 자세를 갖출 때만 '최소 비용의 최대 안보'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이번 천안함 정국에서 보듯 거꾸로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며 사회적 안보 비용을 더 크게 만들어왔다. '전면전쟁'을 협박하는 북한 앞에서 우리 정치와 우리 국민이 달라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물론 우리 후손들까지 훨씬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상황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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