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후텐마 이전’ 설득 위해 두 번째 방문
공약 불이행 사과 … 주민들 “받아들일 수 없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오키나와현을 방문한 23일 나하시(市)의 현청 앞에 모인 주민들이 ‘성낼 노(怒)’ 자가 쓰인 카드를 들고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나하 AP=연합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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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 외무상과 존 루스 주일 미 대사는 22일 오키나와현 나하(那覇)시에 있는 미군 해병대 후텐마 기지를 같은 현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의 미군 슈워브 기지 연안부로 옮긴다는 데 합의했다고 일 언론들이 23일 전했다. 2006년 당시 집권당인 자민당 정권과 미국 측이 합의한 원안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양국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아 발표할 예정이다.
하토야마 총리의 결정에 대해 오키나와 주민은 물론 민주당과의 연립정당 일원인 사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연립정권 붕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당수는 “연립여당의 일원으로서 결단코 반대한다”고 말했지만 이탈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답변을 피했다.
23일 오키나와 현청에 들어선 하토야마 총리의 표정은 비장했다.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 지사와 만난 하토야마 총리는 악수를 나누고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 인사말 도중 나카이마 지사가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지만 “그것도 예의가 아니다”며 고사했다. 지사의 거듭된 요청에 자리에 앉은 총리는 “일본 국내, 미·일 간에 협의한 결과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부근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고개를 숙였다. “ ‘가급적 오키나와현 밖’이라는 나의 말을 지키지 못했다. 마음을 다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미·일 정부 간에 논의되고 있는 이전 방안, 오키나와 주민들에 대한 부담 경감 방안 등도 함께 설명했다. 나카이마 지사는 “매우 유감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나미네 스스로(稻嶺進) 나고시 시장과의 면담에선 보다 격한 반응이 나왔다. 이나미네 시장은 면전에서 “도저히 ‘환영한다’는 마음을 가질 수가 없다. 배신감으로 분노가 치민다”고까지 했다. 묵묵히 듣기만 하던 총리는 “나도 헤노코 바다를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노력해 왔다. 여러분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지난 4일 방문 때와 달리 이날 총리와 주민들 간의 대화는 없었다. 주민들은 하토야마 총리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시위를 벌였다. 귀경길에 오른 총리는 기자들에게 “5월 말로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