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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두렵다’ 몸 낮추고 길 찾는 민주당

화이트보스 2010. 6. 5. 09:56

민심 두렵다’ 몸 낮추고 길 찾는 민주당

 
2010-06-05 03:00 2010-06-05 03:00 여성 | 남성



6·2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의외로 조용하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완패하고,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사상 최대 표 차로 완패했던 설움을 생각하면 한껏 목소리가 높아질 것 같은데 당내에선 “승리에 취해 건방을 떨다간 큰코다친다”는 자중론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4일 기자들에게 “이겼다고 즐거워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초·재선 의원 11명으로 구성된 ‘국민모임’은 5, 6일 자체 워크숍을 열어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일부 의원은 7일 열릴 전체의원 워크숍에서 그간의 당의 행태에 대해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천안함 사태 와중에서 북한 책임을 애써 외면한 것이나 대안 없이 장외로만 몰려나갔던 일들에 대한 반성과 대안을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의 이 같은 분위기는 “민심은 정말 무섭다”란 점을 새삼 절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3선의 강봉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승패자의 이름만 바꾼 ‘재판()’ 격이어서 오히려 전율이 느껴진다”고 했다. 거대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오만함을 보이다 2006년 6월 지방선거 때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 기초단체장 67곳 중 66곳을 한나라당에 내어준 것과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 등을 충분한 소통 없이 밀어붙이다 참패한 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였다.

3선의 정장선 의원은 “여권의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세종시와 4대강, 안보, 경제 등 민감한 각 분야의 현안은 여당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선의 김성순 의원은 “민심이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어서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 가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승리에 도취한 채 기고만장하는 대신 ‘민심은 살아있는 생물’이란 교훈을 새삼 되새기면서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모습은 많은 이에게 제1야당의 미래에 기대를 걸게 해준다.

민주당이 그 같은 성숙한 모습을 계속 보여줄지, 혹은 얼마 안 가 다시 구태를 재연하는 건 아닌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표를 준 많은 사람은 민주당이 지금의 그 겸허한 마음을 잃지 않고 대안정당,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시할 것이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