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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기자 "SBS 나빠요"

화이트보스 2010. 6. 11. 15:25

북한 기자 "SBS 나빠요"


프리토리아(남아공)=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44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 축제인데 TV시청의 통로가 막히다니.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템비사의 마쿨롱 스타디움에서는 북한 대표팀의 훈련이 한창이다.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베일에 둘러싸인 북한 대표팀을 취재하기 위해 이곳에 몰려들고 있다. 선수들의 짧은 인터뷰와 15분 훈련 공개를 제외하곤 도무지 북한 대표팀에 대해 알 길이 없는 취재진들은 대신 북한 기자 찾기에 혈안이다.

그동안 훈련장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던 북한 기자가 11일(이하 한국시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ENG 카메라를 든 카메라 기자를 포함한 2명의 북한 기자가 이날 훈련장을 찾은 것. 하지만 그들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심지아이디 카드를 점퍼 안으로 숨기며 소속과 이름 공개를 피했다.

이들은 북한 기자의 아이디가 아닌 ‘에이피 뉴스(AP News)’라고 적힌 ENG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AP 통신 소속이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AP가 될 수도 있고 조선도 맞다”고 간략하게 답변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날 훈련에 앞서 열린 안영학 선수의 인터뷰에서 ‘북한 내 월드컵 중계’가 화제로 떠올랐다. 북한의 통역관은 “조선 인민들이 고대하는 브라질과 첫 경기를 TV를 통해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내에서의 월드컵 시청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북한의 한 기자는 “최근 북한에서는 유일하게 남쪽 방송을 볼 수 있는 ABO 채널도 끊겼다. 인민들은 월드컵을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SBS가 안 놓아주는데 어떻게 월드컵을 시청할 수 있겠어요”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북한 기자에 따르면 북한에서의 남아공월드컵 시청은 생방송과 재방송을 통틀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월드컵 취재를 위해 남아공에 파견된 북한 기자가 2명이 전부라고 밝힌 그는 북한의 축구 응원단인 ‘천리마’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줬다. 그는 “천리마는 들어본 적도 없다. 제가 알기론 북한 응원단은 이곳에 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1966년 월드컵 포르투갈(3-5 패)전 석패에 대한 복수의 의미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겨야 된다는 생각이 왜 없겠어요. 복수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훈련 공개 시간 15분이 끝나자 북한 기자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또다시 종적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