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grigento Korea 제2부 생명산업에 미래 있다 ② ◆
지난해 유행했던 신종 플루 치료제로 쓰인 타미플루가 중국 토착식물인 `스타아니스`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개발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보다 오래전에 나온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추출물로 만들어졌다. 식물자원을 활용한 식의약 소재 개발이 석유나 석탄, 금과 같은 원시 천연자원 이상의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 세계 천연의약품 시장은 2006년 189억달러에서 연평균 6.6%씩 성장해 2010년에는 243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타민, 미네랄 등 약초 추출물을 이용한 식의약품 시장도 2000년대 연평균 4.3% 성장률을 보이며 올해 704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식물을 응용한 자일리톨 껌이나 젤, 폴리머 등 식물 유래 화합물 시장은 올해 34억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선진국들은 아예 `식물공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기능성 물질, 바이오 신약, 산업소재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예컨대 옥수수를 활용한 바이오연료나 석유제품을 대체하는 바이오폴리머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천연식물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바람이 일면서 관련 산업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천연물 기능성 신소재 연구개발업체인 메드빌은 두릅 가지를 활용한 식의약 소재를 내놨다. 두릅 추출물이 백내장과 망막증 등 눈 질환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음을 확인한 뒤 10여 년간 연구 끝에 이를 막는 항산화물질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홍은경 메드빌 사장은 "현재는 건강기능식품이지만 치료를 위한 의약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식물 추출 의약품은 화학물질에 비해 독성이 적고, 내성이 적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식물자원을 활용한 의약품, 기능성 식품 개발은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국이 보유한 식물자원은 2008년 기준 18만3000점으로 미국(51만2000점) 중국(39만점) 인도(34만점) 등에 이어 6위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구상에 분포하는 30만종의 식물자원 가운데 98%가 성분과 효능이 아직 탐색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각국은 자원이 될 만한 식물에 대한 경제적 효용가치를 평가해 다양한 식물종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조장용 농림수산식품부 종자생명산업팀장은 "농산물의 재배, 육종 등 단순 식품 위주의 고전적인 농업 연구에서 수요자 중심의 건강 기능성 식의약 소재 개발 등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혁훈 기자 / 김병호 기자 /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