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등 열대과일 재배… 참다랑어 양식도 성공
지난 9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나무마다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망고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2000㎡ 규모의 비닐하우스 안은 후덥지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섭씨 25~30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2004년부터 토마토와 딸기 농사를 짓던 비닐하우스에서 열대과일인 망고를 재배하기 시작한 강철준(54)씨는 "망고는 최저 22~23도, 최고 35도 이하로 온도를 유지하면 된다"며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 난방이 필요없고 환기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강씨의 경우처럼 제주지역에는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변하면서 2000년부터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부쩍 늘었다. 망고는 2006년 제주지역에서 34개 농가가 15.1㏊ 재배하던 것이 지난해 55농가 30㏊로 늘어났다. 또 구아버(6㏊), 아테모야(3㏊), 용과(7㏊) 같은 다른 열대 과일도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전승종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연구관은 "망고의 경우 감귤 품종의 하나인 '한라봉'에 비해 수입이 3배가량 높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곳이다. 1970~2007년 제주의 연안 해수면은 연평균 6.01㎜씩 모두 22.8㎝ 상승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았다(제주대 방익찬 교수). 이 기간 서해지역은 평균 2.22㎜, 남해 지역은 평균 2.25㎜, 동해 지역은 평균 0.70㎜ 상승했다. 해안 산책로로 유명한 서귀포시 용머리 해안의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만조(滿潮) 시 산책로 통행제한 시간이 4시간에서 최근 8시간으로 늘어났다. 돌다리도 30㎝ 정도 높이는 보강공사를 했다. 한라산의 한대(寒帶) 식물인 구상나무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서식면적이 지난 36년간 3분의 1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강씨의 경우에서 보듯 지구온난화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부터 본격화한 정부 차원의 '온난화 적응' 대책도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농촌진흥청은 2008년 제주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를 설립해 현재 열대과일과 카레 원료로 쓰이는 강황, 사탕무, 아스파라거스 등 30여종의 열대·아열대 식물을 시험 재배하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상승해 아열대 어종이 나타나면서 양식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참다랑어가 대표적이다. 현재 서귀포시 표선면 해안에서 4.5㎞ 떨어진 수심 40m 바다 속에 3000~6800㎥ 크기로 설치된 7개의 외해(外海) 수중가두리 시설에는 참다랑어 400여마리가 자라고 있다. 지난해 10월 21일 추자도 근해에서 잡은 2~3㎏짜리 어린 참다랑어를 이곳 양식장에서 길러 현재 15㎏ 정도까지 자랐다. 제주도는 참다랑어가 35㎏ 이상 자라는 내년 말쯤 상품으로 출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