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 오기 전 물길 넓혀라" 연일 밤새며 임시 물막이 철거작업
굴착기·덤프트럭 동원, 쉴새 없이 둑의 흙 파내…
보 공사장에 있던 장비 모두 제방 밖으로 철수
광주광역시 남구 승촌동 영산강살리기사업 6공구 현장. 황룡강 합류지점에서 5㎞가량 내려온 곳에서 물길이 갑자기 왼쪽으로 크게 휘어진다. 본래 물이 흐르던 자리에는 'ㄷ'자 모양 가(假·임시)물막이 둑이 생겼고, 둑 내부에서는 6개월여 동안 길이 360m(1단계)의 승촌보 건설 공사가 진행돼 왔다.지난 29일 오후 찾은 공사현장. 당초 하상에서 6m 높이로 조성됐던 가물막이 둑은 2m까지 낮아졌고 다음날 오후 물 채우기를 앞두고 마무리 철거작업이 한창이었다. 굴착기 4대와 덤프트럭 20여대가 쉴 새 없이 둑의 흙을 파내고 있었다.
"오늘 밤 마지막 철야작업을 하면 내일 오후 4시쯤 가물막이 둑을 모두 터 물을 채울 수 있을 겁니다."
김해욱 6공구 현장소장은 "본격 장마철 이전에 1단계 보 공사를 끝내고 (가물막이를 철거해) 강물을 본래 물길로 흘려보내기 위해 두 달째 철야작업을 해왔다"며 "우회 물길로도 하루 200㎜ 강우는 문제없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가물막이까지 철거, 완벽한 수방(水防)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 언덕처럼 쌓인 준설토… 28일 경북 고령군 개진면 낙동강 양옆 둔치에 준설토가 언덕을 이루며 줄줄이 늘어서 있다. 이곳을 비롯한 전국 4대강 사업 공사장에 임시 적치된 준설토는 20t 덤프트럭 수십만대 분량으로, 폭우가 닥치면 강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어 수질 오염이 예상된다. /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우기를 앞두고 강 왼편에 쌓여 있던 준설토는 보름 전 모두 치워졌고 강 오른쪽에 1만㎥만 남아 있다. 남은 준설토는 30일 오후까지 모두 제방 바깥 저지대로 옮겨질 예정이라고 시공사는 밝혔다.
지난 25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방문했을 때 가물막이 둑 안쪽 공사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컨테이너·발전기·크레인·굴착기 등 각종 장비와 기자재도 모두 제방 바깥으로 철수했다.
만 7개월 동안 쉴 새 없이 내달려온 이곳 공사현장은 30일 오후 새로 축조한 승촌보 위·아래 쪽에 물을 채우는 작업을 끝으로 일단 소강상태로 들어간다. 우기가 끝나는 9~10월부터 본격적인 2단계 공사에 들어가 내년 5월 말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재현 감리단장은 "계속되는 철야작업으로 직원 20여명이 링거 수액을 맞는 등 강행군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장마와 곧 닥쳐올 태풍 등이 몰고 올 본격적인 폭우 철을 앞두고 분주하기는 4대강 살리기 공사 현장 어디나 비슷했다.
29일 오후 충남 공주시 우성면 평목리 금강살리기 사업 7공구 금강보 건설 현장. SK건설 컨소시엄이 시공 중인 공사장에는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30여대의 굴착기와 110여대의 덤프트럭이 쉴 틈도 없이 강에서 준설한 토사를 실어 나르느라 바빴다.
현재 너비 400m, 높이 7m로 규모로 설치하는 금강보의 전체 공정은 40% 정도 진행된 가운데 소수력발전소 등을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3개 수문을 갖춘 철제 수문 제작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강바닥에서 준설할 계획인 전체 1023만㎥의 토사 가운데 320만㎥는 이미 준설돼 적치장으로 옮겨진 상태다. 현재 강변에 쌓여가는 준설토를 계속 공주시 우성면 어촌리, 이인면 운암리 등 공주시가 마련한 6개 적치장으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맛비가 쏟아져 강이 범람할 경우, 애써 파낸 준설토가 다시 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같은 날 경북 칠곡군 석적읍 낙동강살리기 24공구 칠곡보 공사현장에선 가로 304m×세로 268m 규모의 1단계 공사현장 주변을 빙 둘러쳐져 있던 4200여개의 철제 시트파일이 300여개만 남겨 둔 채 모두 제거돼 있었다.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 측은 30일까지 나머지 철제 시트파일을 모두 뽑고 보 앞뒤로 쌓여 있는 속채움 토사도 모두 제거할 계획이다. 우기에 대비해 강물이 흐를 수 있는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1단계 공사 현장 맞은편 강가엔 높이 7∼8m의 준설토가 쌓여 있었다. 낙동강 수면과 인접한 준설토 더미 하부엔 가로·세로 각 1m 크기의 흙 포대 3800여개가 계단식으로 촘촘히 박혀 있었고, 흙더미 위에선 굴착기 2대가 부지런히 흙을 덤프트럭에 싣고 있었다.
현장 감리를 맡은 수성엔지니어링 홍용택 부장은 "흙더미 상부만 걷어내면 나머지 아랫부분은 방진막으로 덮이기 때문에 (적설토가) 빗물에 쓸려 내려갈 위험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박창근 교수(토목공학)는 "방진막을 덮어도 물이 침투하기 때문에 준설토를 하천 밖으로 서둘러 치우지 않으면 폭우 때 준설토가 휩쓸려 다시 강을 메우거나 수질을 오염시키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