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 조계산(曹溪山·884.3m)은 전형적인 장산(壯山)이다. 장군봉 남쪽 배바위를 제외하곤 온통 부드러운 산릉이 정상인 장군봉을 중심으로 사방팔방 뻗어 있다. 산릉이 부드러우면 계곡도 순하기 마련. 깃대봉~장군봉~연천봉~천자암봉을 잇는 ∩자형의 주릉 남쪽으로는 장박골이 흐르고, 선암골목재(큰굴목재) 동쪽으로는 선암사골이, 송광굴목재 서쪽으로는 홍골이 완만한 골짜기를 이루며 조계산 맑은 물을 산 밖으로 흘리고 있다. 이렇듯 부드러운 골짜기와 산릉 곳곳에 숲이 우거져 있어 한층 풍요롭게 느껴진다.
한국 불교의 양대 맥인 조계종과 천태종 번성한 산
특히 선암사 들머리의 박달나무·벚나무·갈참나무·소나무 등 다양한 수목이 어우러진 숲은 2005년 ‘제6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숲길부문 장려상을 받은 바 있고, 선암사에서 선암굴목재로 이어지는 산길 초입에 우거진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은 등산인뿐 아니라 탐승객들에게 아름답고 매력 넘치는 거목 숲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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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선암사 삼나무 숲. 편백나무도 어우러져 있다.
- 거목 숲의 가치를 떠나 해발 900m도 채 안 되는 조계산이 명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동쪽과 서쪽 산기슭에 16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僧寶寺刹) 송광사(松廣寺)와 태고종 총본산 선암사(仙巖寺)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불교의 양대 맥이 면면이 흐르는 조계산은 양쪽 옆에 2개의 아름다운 인공호인 상사호와 주암호가 생겨나는 한편 이 산 가까이 조선시대 성과 동헌(東軒)·객사·초가집 등이 원형대로 복원돼 있다. 또 온천장까지 갖춘 낙안읍성(樂安邑城·사적 제302호·www.nagan.or.kr) 외에 꼬막과 낙지 등 개펄에서 나오는 해산물로 이름난 벌교도 쉽게 찾을 수 있어 여행을 겸한 산행 대상지로 적합하다.
선암사~정상~배바위~장박골~ 보리밥집~선암사 코스 강추
승주 모후산(919.8m)뿐 아니라 멀리 광주 무등산(1,186.8m)도 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뛰어난 조계산 산행은 선암사와 송광사를 기점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인기 있는 산길은 선암사~선암사 굴목치(큰굴목치)~송광 굴목치~송광사로 이어지는 동서 횡단로. 정상이나 주능선에서 빗겨난 산길이지만 양대 사찰을 답사하며 숲이 우거지고 물소리 명랑한 계곡을 거닐고 산자락을 넘는가 하면, 산중 주막에서 보리밥 한 그릇 비벼 먹는 맛은 여느 산에서는 맛보기 힘든 즐거움이다. 3시간이면 가능하지만 꼼꼼히 사찰을 탐방하고 숲 기운을 맘껏 맛보려면 댓 시간은 잡아야 한다.
산행다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선암사 기점 거목 숲 산행은 선암사~대각암~정상~배바위~작은굴목치~보리밥집~선암사 굴목치~선암사 코스(4시간)가 가장 인기 있다.
- 선암사~대각암~정상~장박골삼거리~연산봉사거리~장군봉 계곡삼거리~장박골~보리밥집~선암사 굴목치~선암사 코스 또한 매력적이지만 1시간쯤 더 걸린다. 송광사 기점은 송광사~피아골~연산봉 사거리~장박골 삼거리~장군봉~작은굴목치~선암사 굴목치~보리밥집~송광사 굴목치~홍골~송광사 코스(6시간)가 최상이다.
선암사와 송광사는 문화재관람료를 받는다. 어른 1,500원, 주차료 승용차 2,000원. 조계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61-749-3108. 선암사매표소 061-749-3578
교통 (지역번호 061)
선암사와 송광사는 모두 호남고속도로에서 접근한다. 선암사는 승주나들목에서 송광사는 주암 송광사나들목에서 진입한다. 순천역이나 순천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선암사행 1번 버스는 40분 간격(06:00~22:20), 송광사행 111번 버스는 30회(06:00~19:10) 운행한다. 요금 1,100원.
서울→순천 서울 센트럴시티(www.centralcityseoul.co.kr)에서 30~40분 간격(06:10~24:00) 운행. 4시간30분 소요. 일반 1만9,400원, 우등 2만8,900원, 우등 3만1,800원.
광주→순천 유스퀘어 광주종합터미널(ARS 062-360-8114)에서 25분 간격(05:30~23:00) 운행. 1시간10분 소요. 6,100원.
부산→순천 노포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ARS 1688-9969)에서 1일 6회(07:04~17:45) 운행하는 여수행 직행버스 이용. 3시간20분 소요. 1만2,700원. 또는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1~2)에서 1일 26회(06:30~18:10) 운행하는 순천 경유 강진·녹동·완도·해남행 직행버스 이용. 3시간30분 소요. 1만1,300원.
숙식
선암사 관광단지에는 산채나 청국장·보리밥·토종닭·염소 떡갈비 등의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 겸 여관이 여럿 있다. 선암장여관(754-5666), 새조계산장(751-9200).
장박골 보리밥집 조계산 산행이 보리밥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장박골 보리밥집은 등산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참기름(들기름)을 얹은 고추장이 담긴 커다란 대접에 산나물·겉절이·무채무침 등 7~8종류의 야채와 보리밥을 얹어 비벼 먹는 맛이 별미다. 보리밥 6,000원, 묵 6,000원, 동동주 6,000원, 야채전 6,000원. 윗보리밥집 061-754-3756, 아래보리밥집 754-4170. 아래보리밥집에서는 백숙(4만 원), 닭도리탕(4만5,000원), 통닭구이(4만 원)도 내놓는다.
/글 한필석 기자
사진 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