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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가 사라진다] 미끄럼틀 탄 4050특별취재팀

화이트보스 2010. 7. 7. 15:39

사다리가 사라진다] 미끄럼틀 탄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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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07 03:13 / 수정 : 2010.07.07 10:39

"한번 실패로 파산… 패자부활전도 없어"

2000년대 초까지는 정말 잘나갔다. 건설업계의 꽃이라는 '종합건설 현장소장'까지 올랐다. 서울·대구·부산까지 대한민국에 지하철이 놓이는 곳이라면 늘 그가 있었다. 연봉도 6000만원이 넘었다.

2010년 5월, 조준혁(가명·51·서울 영등포구)씨는 개인 파산을 선고받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월 43만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고시원 방값 25만원 내고 나머지로 버틴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와 현대중공업 등 유수의 건설사를 거치면서 승승장구했으나, 모았던 4억6000만원을 투자해 2001년 전문 건설업체를 차렸다가 망했다. 한 번 실패하니 패자 부활전이라곤 없었다.

온 나라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던 성장시대의 주역 4050세대가 이제 계층 하락의 '미끄럼틀'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본인 노력으로 빈곤의 고리를 끊어냈던 4050세대는 IMF 위기와 신용대란, 글로벌 금융위기의 풍파를 겪으며 곳곳에서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인천에서 H택배 대리점을 하는 이경호(50)씨가 한달에 집에 가져가는 돈은 120만원 안팎이다. 그래도 13년 만에 품어보는 희망의 씨앗이다. 이씨는 중견 무역회사 영업직으로 15년을 근무하다 IMF 사태 때 구조조정당했다. 이때부터 미끄럼틀 인생이었다. 택시기사, 보험설계사, 다시 택시기사….

2004년, 자꾸 배가 고팠다. 당뇨에다 갑상선저하증이라는 합병증이었다. 병원비 내다 보니 그 길로 네 식구가 기초수급자가 됐다. 다행히 마이크로크레디트(서민 소액무담보대출)를 받아 택배대리점을 꾸렸지만 이씨는 "고3인 딸, 대학생인 아들을 졸업시킬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4050세대는 탈락자를 보듬는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시화공단에서 18년 동안 금형공장을 운영하다 부도를 맞은 박모씨(55)는 "정부는 기초수급자로 떨어지지 않도록 돕는 게 아니라 기초수급자로 떨어져야 그제야 도와준다"면서 "나락에 한번 떨어지면 일어설 힘도 없는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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