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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들은 무슨 民心을 어디다 전달해 왔는가

화이트보스 2010. 7. 12. 09:55

정보기관들은 무슨 民心을 어디다 전달해 왔는가

입력 : 2010.07.11 23:01

이명박 정부는 여러 정보·수사 기관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왜 민심(民心)을 제때 정확히 읽고 처방을 내놓지 못하는 것일까. 출범 초기의 인사(人事) 혼란, 광우병 사태의 뒤늦은 대응, 입구(入口)와 출구(出口)를 잘못 선택한 세종시 수정 시도, 반대 세력을 결집해 세(勢)를 키워준 4대강 사업 추진 방식, 실세 사(私)조직의 인사 전횡 문제 등은 민심을 제때 정확히 읽지 못해 문제를 사전(事前)에 도려내지 않아 빚어진 일이다.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심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최대 통로와 무대는 국회다. 여·야 의원들이 대통령과 자유롭게 만날 수만 있어도 민심은 전달된다. 선진국에는 민심을 수집·분석하는 별도의 기관이 없다. 미국만 해도 간첩을 잡는 기관, 가상적국(假想敵國)과 파괴활동자를 감시 추적하는 기관, 세계의 통신을 감청하는 기관이 있고, 이들 기관이 공동으로 테러에 대처하고 있지만 국민의 민심 동향을 수집·보고하는 특별 기관은 없다. 언론 보도와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파악할 뿐이다.

우리나라 정보기관이 민심 동향 파악이라는 특별 업무를 수행했던 이유는 남북 분단 상황과 권위주의 시대의 하향식(下向式) 여론 조정·형성의 역사와 관련을 맺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정보기관들은 똑같은 일을 수행했다.

민심을 제대로 읽으려면 민심의 '수집' '전달' '정책 반영' 3단계가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공직자들은 민간인 사찰 파문을 일으킨 공직윤리지원관실 문제를 두고 오래전부터 혀를 차기도 하고, 화를 삭이지 못해 욕을 퍼붓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작 정보기관들만 입을 봉(封)하고 있었다. 공무원들은 그 이유를 "국정원·검찰·경찰·행정조직 등의 주요 자리가 하나같이 같은 고향, 같은 학교, 같은 정치배경을 가진 특정 인맥에 장악돼 모든 정보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쪽으로 가공돼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정보기관들이 담합(談合)해 '민심 동향 모범답안'을 작성할 소지를 정부 스스로 만든 것이다. 만일 정보기관들의 보고서가 훗날 사회적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문제를 함께 누락시켰거나, 어느 한 쪽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작성돼 있다면 정보 담합의 혐의가 짙다. 정보기관 내부의 조직 원리가 분할식(分割式) 칸막이인데 정보기관을 인맥의 줄로 사실상 통합해 버린 셈이다.

모든 정보기관의 사실 수집과 분석과 판단이 똑같다면 이런 기구를 굳이 여럿 둘 이유가 없다. 반대로 제각각이라면 그런 무능한 기관들을 위해 국민 세금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은 이런 정보기관들이 올린 보고서 위에선 민심을 옳게 읽을 수도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정책 판단을 내릴 수도 없다.

대통령은 자신을 직접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구두(口頭) 또는 문서 보고를 통해 민심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보면 청와대 참모들 역시 뺄 건 빼고 바꿀 건 바꿔서 대통령에게 민심을 보고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 대통령과 민심의 거리를 좁히는 가장 정상적인 방법은 국회의 기능 강화와 국회와의 소통 통로를 넓히는 것이다. 그런 길을 두고 이런 상태의 정보기관이나 참모들에게만 둘러싸여 있게 되면 대통령은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모든 국민이 입에 올리고 있는 문제의 진짜 핵심, 모든 문제의 진짜 근원을 모르고 지내게 될지 모른다. 국민의 소리를 정확히 들어야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문제 해결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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