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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혜적 복지에서 생산적 복지로

화이트보스 2010. 7. 13. 16:40

시혜적 복지에서 생산적 복지로

  • 노부호·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입력 : 2009.08.27 23:18 / 수정 : 2009.08.31 13:35

얼마 전 SK텔레콤으로 간 정만원 사장이 새 성장 엔진을 발굴하기 위해 직원들의 아이디어 챙기기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은 그가 SK네트웍스에서 실시했던 '비즈니스 부화(孵化·incubation)' 제도로서 직원들에게 1페이지짜리 사업 아이디어를 내게 하고 사장을 포함한 경영층에서 이를 검토·평가한다. 이를 통과하면 제안자를 주축으로 태스크포스를 결성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게 한다. 사업계획서까지 통과하면 비즈니스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러한 제안으로 회사 내에서 성공한 사업이 기업 성장과 이익에 10%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SK네트웍스에서는 이 제도가 종업원들의 사업 역량을 제고시킴으로써 기여의 정도가 점점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업제안-평가-사업계획서-평가-지원을 일반 국민들에게 적용하여 국민들의 사업역량과 기업가정신을 제고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면 어떨까?

지금 정부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저소득층(차상위계층)실업자에게 '희망근로 프로젝트'(예산 1조7000여억원)라는 이름으로 6개월간 월 80여만원을 주고 있다. 현장에서 들리는 바로는 돈을 받는 사람이 고작 하는 일라고는 풀 뽑고 휴지 줍는 게 대부분이고 그나마 참여자들은 대부분 할 일이 없어 구석에 앉아서 쉬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놀면서 받아도 되는가 하는 자책감마저 든다고 한다. 또 행정 미숙으로 6억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는 중산층 이상 가구가 참여하기도 하고 주위의 중소업체에서는 일하던 직원이 희망근로 프로젝트로 빠져 일손이 부족해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러한 복지는 시혜적 수준의 복지이다. 이것을 생산적 복지로 바꾸어야 한다. 생산적 복지는 고용과 성장을 가져오고 국민들의 역량을 제고시키는 복지이다. 방글라데시의 유누스가 서민층에게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라는 무보증 저리 소액신용대출을 하여 소(小)기업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 비슷하지만 좀더 종합적인 지원을 하여 소기업의 성공확률을 높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금융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그중 가능성 높은 것을 선택하여 사업계획서 작성도 지원하고 금융지원 등 사업성공에 필요한 마케팅 회계 법률 노무 등 비즈니스 서비스도 지원하는 것이다. '마이크로비즈니스 부화 제도'라고 불러도 좋겠다.

이때 제공되는 자금 지원 규모를 1억원 이하의 소규모로 하고, 더 이상 필요한 자금은 은행융자로 연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희망근로 프로젝트에 할당해 놓은 예산을 마이크로비즈니스 부화 제도에 돌린다면 줄잡아 5만명 정도의 소사업가를 양성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일을 어디서 운영하느냐 하는 것이다. 성공적 운영은 전문성·책임성·수익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 중에서도 1차적 조건은 전문가가 이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전경련의 중소기업 자문단 같은 조직이 자원 봉사로 이런 일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이 300만명 정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 안전망이 덜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은 경기 상황에 따라 절대 빈곤 계층에 빠질 수 있는 잠재적 복지계층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 제대로 된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혁신적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친서민 세금 감면 대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돈을 나눠주기보다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업을 시도하게 하여 일자리를 만드는 혁신적 사회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