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파산위기..외국도 시한폭탄
캘리포니아 현금고갈 단기차용증 발행..日유바리시 파산
국제금융위기.대규모 국가부채로 유럽도 흔들
(파리.베를린.로스앤젤레스.제네바.도쿄.두바이 = 연합뉴스) 이명조 김경석 최재석 맹찬형 이충원 강종구 특파원 = 성남시가 국내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첫 지불유예를 선언하면서 외국 지자체의 유사한 사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시의 사례가 꼽히고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일부 주 정부들이 현금이 고갈돼 단기차용증(IOUㆍ후불 수표)을 발행하거나 발행 직전에 몰린 경우가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앙정부의 막대한 채무로 큰 홍역을 치르는 유럽 각국에서도 지자체의 과대 채무라는 또 하나의 `시한폭탄'을 안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 미국 =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못지 않게 주(州) 정부 등 지자체의 재정 상황도 심각한 수준을 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가 수백억 달러의 재정적자로 `파산 위기'에 몰린 대표적인 지자체로 꼽히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총생산(GDP)은 2007년 기준으로 1조8천여억 달러로 국가로 치면 세계 8위에 해당하고 인구도 4천만명으로 미국 50개 중에서 가장 많다.
이처럼 국가급 지자체가 수백억 달러의 재정적자에 허덕이면서 이를 해결할 방법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에 몰린 것은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한 여러 국가나 지자체에 경종이 되고 있다.
매년 7월1일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금이 고갈돼 단기차용증을 발행해야 할 상황에 몰려 있다. 이번 회계연도에 19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캘리포니아 주가 새 회계연도에 돌입했는데도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예산안을 확정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해 7월에도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243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 상황을 주 의회가 제대로 해결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했었다.
이에 따라 한 달에 3차례 주정부 기관 사무실이 문을 닫았고, 주 공무원 23만5천명에 대해 의무적으로 무급 휴가에 들어가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이 발동됐다. 결과적으로 주 공무원들은 임금의 14%가 삭감되게 됐다.
아울러 주정부는 현금이 바닥나 1992년 이후 처음 단기차용증을 발행했다. 당시 주 회계감사국은 5천300만달러 규모의 후불수표 약 2만9천장을 우선 발행해 소득세 환급을 기다리는 개인과 주 정부 하청업체, 연금 수혜자, 보건서비스 기관, 주 정부의 학비지원을 받는 대학생 등에게 지급했다.
이러한 캘리포니아 주 재정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는 IT산업과 주택시장의 거품에 기대어 방만한 소비와 지출을 해오다가 경제 위기로 기업이 잇달아 파산하고 주택시장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세수가 급감한 점이 꼽히고 있다.
이밖에 뉴욕 주도 현금 고갈에 따라 '무정부 상황'에 놓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데이비드 패터슨 주지사가 내놓은 비상지출예산안을 주의회가 지난달 처리함으로써 파산 위기를 모면했다.
미국의 주 정부의 경제상황을 추적.연구하는 싱크탱크인 '예산 및 정책연구센터'(cbpp)에 따르면 현재 50개 주 중 캘리포니아와 뉴욕, 일리노이 등 46개 주가 심각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 일본 = 홋카이도 유바리 시가 파산 신청에 해당하는 재정재건단체 신청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건 지금부터 4년 전인 2006년 6월20일이었다. 하지만 유바리시는 성남시처럼 호화 청사를 짓고는 빚을 갚지 못하겠다고 나자빠진 건 아니었다.
유명한 탄광 도시였던 유바리시는 1980년대부터 탄광이 쇠퇴하자 관광.휴양지로 변신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호텔 등 관광 시설을 짓느라 과잉 투자를 한 게 문제였다. 이때만 해도 일본 정부는 경기를 부양한다며 지방채를 찍어 유원지를 지으라고 독려하는 분위기였다.
유바리시도 '빚잔치'를 벌였지만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006년 360억엔의 적자를 메울 길이 없자 일본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파산 선언을 했다. 실제로 재정재건단체로 분류된 건 2007년 3월6일이었다.
이후 유바리시는 중앙 정부의 감시를 받아가며 약 20년에 걸쳐 빚을 갚는다는 재건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공무원을 절반 이상 줄였고, 자리를 유지한 이들은 월급이 반으로 깎였다. 시간외 근무시간은 연간 1천시간에 이르면서도 수당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를 통폐합했고,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대폭 올렸다. 노인들은 대중교통 할인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세금을 올리고 복지를 줄인다고 해서 한번 망가진 재정이 순식간에 회복되는 것도 아니었다. 시민들이 피폐한 도시를 떠나 인근 도시로 이사했기 때문. 파산 당시만 해도 12만명이던 인구는 현재 1만여명이 남아있을 뿐이다.
파산을 선언한 지 4년이 지났지만 그늘은 여전히 남아있다.
시 당국은 빚을 조금이라도 더 갚고자 2007년 가을부터 유바리시의 파산 과정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다는 취지로 '유바리 다큐멘터리 투어'를 만들어 일본 안팎의 지자체와 기업 관계자들을 유혹했다. 문을 닫은 학교 부지를 팔고, 심지어 시가 소장한 유물이나 각종 기자재까지 내다 팔고 있다.
일본 지자체의 재정난은 사실 유바리시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중앙정부나 다른 지자체도 경기침체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데도 경기부양이나 복지 등의 명목으로 그때그때 국채와 지방채를 마구 찍어냈기 때문이다. 일본은 GDP의 약 2배에 가까운 빚을 지는 등 재정상황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태다.
일본 지자체가 재정난을 타개하고자 즐겨 사용하는 방법은 공무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시의원을 줄이는 것이다. 중앙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지방재정 위기를 관리하고자 '지방공공단체의 재정건전화법'을 시행하고 있다.
◇ 유럽 = 각 국은 중앙정부의 재정 악화로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지방정부의 자금조달에 따른 금융비용이 커지게 되고, 또 출구전략이 시행돼 금리가 인상되는 경우에도 고스란히 지자체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채무위기 가능성이 가장 커서 재정 불량 국가로 꼽히는 스페인은 자치정부의 채무 급증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7년 재정 수입의 40%에 불과했던 지방정부의 채무가 5년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 2012년에는 110%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최근 진단이다.
특히 올해에는 스페인 지방정부들이 최악의 재정실적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2013년 스페인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1%에 못미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스페인의 17개 지방정부의 재정수입 증가율은 계속 둔화될 것으로 S&P는 보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파생상품 거래 등 방만한 재정 운용이 큰 화근이 되고 있다.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이탈리아(BOI)가 최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부 밀라노를 비롯한 크고 작은 지자체 500여 개가 전체 지방정부 부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최대 355억 유로(약 54조원)의 파생상품 거래 계약을 맺어 이미 25억 유로(3조8천억 원)의 피해를 보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서 기본 금리가 상승할 경우 피해가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탈리아 지자체 파생상품 거래를 `시한폭탄'에 비유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 각 주 정부가 기업 홍보, 문화행사, 비정부 기관간 교류 등을 이유로 해외 178개국에 연락사무소를 두고 있어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재정난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서독 통일비용에 따른 재정위기를 극복한 베를린이 각국 지방정부가 참고해야 할 사례로 꼽히고 있다.
통일 이듬해인 1991년 통일 독일의 수도가 된 베를린은 동, 서베를린의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비용과 방만한 예산운용이 겹쳐 2006년 부채가 601억5천200만 유로로 최고조에 달했다. 이는 시민 1인당 1만7천690유로에 달하는 규모였다.
베를린 시는 파산구제를 위해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으나 기각되자, 부채 축소를 위한 전방위적 자구조치에 나섰다.
LBBH(란데스방크 베를린 홀딩스)은행 등 시 소유의 자산을 매각했고, 만기 도래한 부채 상환을 위해 독일 16개주 중 처음으로 15년 만기 채권과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또 2001년 취임한 사민당의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시장은 1,2단계 행정비용 감축 계획을 추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힘겨운 시간이 지난 뒤 베를린은 통일독일의 수도라는 상징성에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았고, 경제회복으로 세수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베를린은 2007년 사상 처음으로 재정 흑자를 낸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2011년까지 부채 규모가 18억 유로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전망도 낙관적이다.
bo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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