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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자녀 장학금은 '짠손'

화이트보스 2010. 7. 19. 11:09

농민 자녀 장학금은 '짠손'

[누구를 위한 농협인가] <1> 농민 외면하는 조직
한해 평균 22억… 직원 자녀 학자금은 188억 펑펑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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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억원 대 22억원.'

'농민을 위하는 조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각계의 혁신 요구를 거부해 온 농협중앙회(농협)가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에게 대학생 자녀 학자금 명목으로 지급한 규모가 농업인 가정의 대학생에 지원된 장학금보다 8.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민주당 김우남 의원실에 따르면 2008년 농협이 거액 연봉과는 별도로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 명목으로 직원에게 지급한 규모는 188억원(3,192명)에 달했다. 반면, 농협 스스로 '농협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농업인 가정의 대학생 900명에게 지원된 규모는 2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외 유학 중인 농업인 가정 대학생은 아예 대상에서 배제하면서도, 농협 직원의 유학생 자녀에게는 연간 1,2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는 점. 김 의원은 "최근 3년간 조기 유학 혹은 외국 대학에 입학한 농협 임직원의 고교생(127명)및 대학생(229명) 자녀에게 지원된 것만 10억9,4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농협은 '학자금은 실비보상 형식의 지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치원부터 대학교 학자금까지 거의 전액을 지원하는 것은,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과도한 지원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경우 2003년 이후 학자금 대상을 기존 '유치원~대학'에서 '유치원~고교'로 축소했으며, 국내 최대의 A공기업은 유학 자금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내 대학 등록금도 75%까지만 지원하고 있다. B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에 호응하기 위해 학자금 대상을 고교까지 축소했으며, 액수가 큰 대학 등록금은 회사가 대출 형식으로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이기적 행태가 알려지면서, 일선 현장에서 관련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대학생 딸을 둔 지방의 한 조합원은 "농협의 대출금리가 너무 높아 시중은행에서 등록금을 빌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협이 일선 조합에 매년 장학금을 배분하는데, 그 액수가 1,000만원 안팎에 불과해 사실상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누구를 위한 농협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국회 농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 사이에서도 농협의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농협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학자금 문제를 제기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국감 때는 시정을 약속했으나, 이후 1년이 가까이 단 한 건의 후속 조치 결과 보고서도 올라온 게 없다"며 "농협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