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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닷컴

화이트보스 2010. 8. 9. 17:49

수익 보다는 고객에게 도움되느냐가 먼저… 가치관 경영이 뒷받침


◎ 왜 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가?
2000년 일본의 소프트뱅크 회사 회의실에서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알리바바닷컴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마윈(马云)이 알리바바의 비즈니스 모델과 비전에 대해 설명을 한 후 6분만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결정한 것. 알리바바닷컴은 어떤 회사이길래 투자에 신중한 손회장이 단 6분만에 투자 결정을 했을까? 중국계 회사 알리바바닷컴은 어떤 회사일까? 자세히 살펴보자. (편집자주)


 


10년 전인 1999년, 당시 35세의 마윈은 18명의 직원과 함께 알리바바닷컴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불과 10년 만에 1만 8000명이 함께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기업이 됐다.


 

알리바바닷컴의 매출과 순이익(2005-2009) / IGM 제공

금융위기로 많은 중소기업이 쓰러졌던 2008~2009년에도 알리바바닷컴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2008년 매출 4890억 원, 2009년에는 6357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을 계속했다. 2009년 순이익만 163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알리바바닷컴은 돈만 잘 버는 회사가 아니다. 세계 각계에서 찬사도 받고 있다. 2008년 기업가들을 위한 세계적인 잡지 엔터프리니어(Entrepreneur)지는 알리바바닷컴이 기업가를 위한 최고의 사이트라는 평가를 했다. 패스트컴퍼니(Fastcompany)에서는 이들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3위로 꼽았다. 심지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도 알리바바닷컴의 비즈니스모델이 성공사례로 분석되기도 했다.


최근 다시 한 번 알리바바닷컴의 명성을 높여준 사건이 있었다. 손정의 회장이 야후저팬과 알리바바닷컴이 전자상거래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알리바바닷컴에 베팅해 대주주가 됐다. 손정의와 소로스가 베팅한 이 알리바바닷컴, 과연 무엇을 하는 회사일까?


 

알리바바닷컴 로고 / IGM 제공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의 무역파트너가 된 알리바바닷컴
1999년, 중국이 WTO가입을 준비하면서 세계는 30년 동안 닫혀 있던 12억 인구의 거대한 중국시장을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중국 기업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때 이미 마윈은 인터넷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의 기업과 중국의 기업을 연결해주어 중국 기업들이 편하게 비지니스를 하도록 도우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알리바바닷컴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모인, 전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됐다.


지금이야 인터넷을 통해 무역을 돕는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999년 당시 이런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낸 것은 정말로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그렇다면 전자상거래 시장에 많은 경쟁자들이 뛰어들지 않았을까? 그러나 알리바바닷컴의 회장 마윈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망원경을 가지고도 아직도 경쟁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닷컴의 가장 큰 무기는 고객의 신뢰와 고급정보
기업이 한 시장에서 성공하면 반드시 이들을 벤치마킹하는 다른 기업이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경쟁자의 진입을 막고자 장벽을 만들어 낸다. 특허 신청, 기술 개발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알리바바닷컴이 만든 시장장벽은 조금 다르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고급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들과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보이지 않은 장벽을 만들었다.


 

기존 전자상거래와 알리바바닷컴의 사업방식 비교 / IGM 제공

a. 고객의 신뢰: 알리바바닷컴은 언제나 고객의 비즈니스를 도울 것이다
마윈 회장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우리는 수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더 편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터넷 기업이 아니라 서비스 기업이다.” 이런 생각으로 일하는 알리바바는 기존의 인터넷 기업과 사업 방식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기반 기업들의 가장 첫째 목표는 최대한 많은 회원을 모집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모집된 회원들을 대상으로 가입비, 거래수수료를 받거나 광고를 하여 수익 창출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알리바바닷컴은 다르다. 회원을 최대한 많이 모집하는 것은 같다. 많은 회원이 확보되어야 고객들이 거대한 온라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처를 선택해서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 단계에서 기존 기업처럼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알리바바닷컴은 회원의 어려움을 어떻게 하면 잘 해결해주고 그들이 편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거래 수수료를 따로 받지도 않았다. 단지 추가 서비스가 필요한 기업들은 2999달러의 연회비만 내면 된다. 만약 유료로 사용하고 싶지 않으면 무료로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다. 그리고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충분히 많다. 돈 보다는 중소기업을 돕고자 하는 진정성이 우선인 것이다.


일례로 2002년, 사스로 인해 전 중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 알리바바닷컴도 피해가지 못했다. 직원 중 한 명이 사스 환자로 판단 되어 전체 회사가 봉쇄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스로 인한 비상 상황에서도 무역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알리바바닷컴의 도움이 필요했다. 마윈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직원의 집에 인터넷을 설치해줬다. 당시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은 중국에서는 큰 돈이 들어가는 투자였지만, 마윈은 아끼지 않았다. 전체 직원은 집에서 업무처리를 했으며 고객들은 불편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알리바바닷컴에 대한 신뢰가 더욱 강해졌다.


 

알리바바닷컴의 원스탑 솔루션 / IGM 제공

b. 고급 정보: 알리바바닷컴에서만 찾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해외시장진출 3대 어려움이 있다. 무역장벽, 시장창출의 어려움, 자금부족이다. 알리바바닷컴은 이 3가지를 모두 해결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외기업과 무역거래를 하고자 할 때, 많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해외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 기업을 검색하는 일이다. 이는 전체 무역 프로세스의 52%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 다음, 구체적으로 시안을 내고,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샘플링 보내고 협상하여 계약을 한다. 그러나 계약을 하는 것은 전체의 10%시간이면 충분하고 나머지 프로세스에 90%의 시간과 업무가 소요된다. 그러나 알리바바닷컴을 활용하면 상대기업 검색이 훨씬 쉬워진다. 키워드 검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머지 다른 프로세스는 알리바바닷컴에서 제공하는 메신저로 편하고 빠르게 할 수 있다. 즉 알리바바닷컴이 제공하는 원스탑솔루션으로 무역장벽을 쉽게 해결 수 있는 것이다.


해외 무역장벽을 넘어도 시장 창출은 새로운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알리바바닷컴은 고객의 이런 어려움을 예측하고 남다른 마케팅을 펼쳤다. 인터넷시장에서 셀러를 많이 모으면 연회비가 많아져 수익은 올라간다. 그러나 알리바바닷컴의 모든 마케팅 영업활동은 셀러가 대상이 아닌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한다. 즉 고객인 셀러들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바이어를 끌어들여 해외에서 쉽게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08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알리바바닷컴은 3000만 달러를 투자해 바이어 타게팅 광고를 한다. 중소기업 셀러 고객들을 위해 더 많은 바이어들을 모집하기 위해서다. 알리바바닷컴의 이런 노력으로 회원의 90%를 바이어로 채울 수 있었다. 바이어가 많으니 더욱 많은 셀러들도 알리바바닷컴으로 모여들었다.


마지막은 자금 문제이다. 그나마 대기업은 신용이 좋아 자금조달이 쉽지만 중견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에게는 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알리바바닷컴은 어떻게 자금부족의 어려움을 도왔을까? 알리바바닷컴은 마이크로 크레딧 기관인 그라민 은행의 창시자인 무하마드 유누스와 손잡고 중국판 그라민 은행을 만들어 서민을 위한 소액대출서비스를 기획했다.


이렇게 중소기업의 고민을 하나하나 해결해주면서 알리바바닷컴은 기업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또한 알리바바닷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자사, 경쟁사는 물론 트랜드 분석 모두 가능하다. 10여 년 동안 이들이 축적해 놓은 정보들은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 과정에서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알리바바닷컴은 정확한 데이터 수집에 노력하고 있다. 본사의 6층에 가면 벽 전체가 모니터로 된 모니터링 룸이 있다. 거기서는 각종 색으로 현재 거래가 발생하는 현황을 30초 단위로 24시간 동안 체크해서 데이터화한다.


이처럼 알리바바닷컴이 고객에게 받은 신뢰와 10년 동안 축적된 고급정보는 회원의 증가로 이어졌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알리바바닷컴은 전체 4770만 명, 유료 회원 61만 5000명이 가입되어 있다.


모든 결정의 근간이 되는 가치관경영
마윈 회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주려고 노력했다. 수익은 그 다음이었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도 수익에 관심이 없을까?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회사에서 일하려고 할까? 당연히 아니다. 실제로 사업 초기에 시나(Sina)와 소후(Sohu)를 비롯한 포탈사이트들은 돈을 잘 벌고 있었고 알리바바는 수익이 없었다. 몇몇 직원은 돈 되는 포탈사이트로 이직했다. 그러나 마윈은 강력히 자신의 비즈니스모델을 밀고 나갔다. 그러면서 모든 직원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목표와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리바바닷컴이 고객의 비즈니스를 도와주며 장수하기 위해서는 가치관으로 무장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후 알리바바는 모든 면에 있어 가치관을 무엇보다 앞세웠다.


알리바바닷컴의 가치관 경영은 어떨까? 이들의 가치관은 일상 업무에서도 살아있다. 가치관을 직원의 성과평가에 철저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체 성과평가의 50%를 차지한다. 직원은 물론 임원진도 모두 가치관평가를 받아야 하며 조직의 사업확장부터 전략수립 모두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다.


 

알리바바닷컴의 가치관평가가 성과에서 차지하는 비중 / IGM 제공

평가 방법도 재미있다. 이들의 가치관은 평가를 위해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했는데, 먼저 총 6가지로 나눈다. 고객우선, 팀워크, 변화에 대한 수용, 열정, 정직, 책임이다. 그리고 각각의 가치관 아래 다시 구체적인 행동양식인 5가지를 제시한다. 5가지 행동 양식은 1점부터 5점으로 차별화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1점은 행동하기 쉬운 가치관이고 5점은 실행하기 힘든 행동이다. 하지만 5점짜리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1점의 가치관을 실천하지 않았으면 평가에서 5점을 받을 수 없다.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게 가치관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철저히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평가점수를 메긴다. 평가를 받을 사람은 먼저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하여 스스로 1차 평가를 한다. 그리고 상사와의 조율을 통해 최종 점수를 받는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헌신하는 가치관을 평가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이 점수를 받는다는 구체적인 묘사가 있어야 한다.


평가결과에서 업무역량이 떨어지면 재교육을 통해서 업무역량을 키우지만 가치관이 잘못되어 있으면 무조건 해고다. 실제로 마윈은 회사에서 세일즈 실적이 톱인 2명의 직원을 해고했었다. 고객에게 거짓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알리바바닷컴의 모든 것이 바뀌어도 한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가치관으로 경영하는 기업문화이다. 알리바바닷컴은 100년이 넘게 살아남는 장수 기업을 목표로 한다. 이는 가치관이 기업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알리바바닷컴은 외부고객인 소비자들에겐 ‘편하게 비즈니스를 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내부 고객인 직원에게는 이를 위한 가치관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승승장구해 왔다. 그럼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마윈은 “향후 10년, 알리바바닷컴은 1000만 개의 유료 회원인 중소기업이 이들을 통해서 비즈니스를 하고, 이를 통해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10억 명이 소비하는 플랫폼을 만든다”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달성하기 쉬운 목표는 아니다. 그러나 마윈은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치관경영을 지속한다면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취펑화(崔風華) IGM 연구원 jhchoi@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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