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간 상생(相生) 문제의 초점이 납품 단가로 모아지고 있다. 대기업은 할 만큼 했다는 주장이고, 중소기업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고 한다. 그런데 대기업과 1차 하청업체 간 문제보다는 오히려 1차 하청업체와 2, 3차 하청업체 간 불공정행위가 더 심각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실 대기업의 1차 하청업체는 대부분 규모가 크고 모(母)기업과 오랫동안 거래를 해왔거나 다른 특수관계가 있어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들 1차 하청업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1차 하청업체에 납품하는 2차, 3차 하청업체가 진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2007년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연구원이 조사한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1차 하청업체들은 '글로벌 경쟁의 심화'를 불공정행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한 반면 2, 3차 하청업체들은 '1차 하청업체의 우월적 지위와 불공정 행위'를 꼽았다. 1차 하청업체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납품단가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반면 2, 3차 하청업체들은 1차 하청업체들이 가혹하게 납품단가를 후려친다고 보고 있다. 2008년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결과에도 납품단가 인하 경험이 1차 하청업체가 33%인 데 비해 3차 하청업체는 두 배 가까운 55%에 달했다. 2009년 한 대기업 1차 하청업체의 영업이익률은 6.7%였지만, 이 1차 하청업체에 납품하는 2차 하청업체의 영업이익률은 0.1%였다.
그동안 대기업과 1차 하청업체 간에는 어느 정도 상생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들 간 거래조건이나 대금지급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 3차 하청업체로 흘러가는 물꼬가 막혀버렸다. 대기업의 과실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가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입장이 서로 다른 납품단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모기업의 영향력이 1차에서 2, 3차 하청업체로 확대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하도급법(法)에서는 원사업자가 수급 사업자에게 제3자를 위한 경제적 이익의 부당요구를 금지하고 있어 명시적으로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 규정에 대해서는 일부 개정 요구가 있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상생협력의 주 목표는 1차와 2, 3차 하청업체 간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우선 이들이 공정거래를 포함한 상생협력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 체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 각 하청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동 기술개발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1차 하청업체는 주로 부품소재 업체가 많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국가 R&D사업을 선정하면서 해당 대기업의 중소기업 협력관계를 고려하여 사업자를 결정했다. 이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이 주도하는 부품소재 연구개발투자의 경우, 1차 하청업체와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면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모기업도 이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부품에 대해서는 우선 구매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여기에 상호 지분투자와 같은 방식을 도입하여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상생협력의 범위를 납품단가에서 나아가 인력양성, 판로 등 중소기업의 당면 과제로 확대하여 서로 이익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
정말 어려운 건 하청업체 아닌 再하청업체
입력 : 2010.08.0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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