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신중국 60년

중국 진출기업이 꼭읽어야 할 기사

화이트보스 2010. 8. 16. 16:16

전성진 상해한국상회 고문 “한국처럼 세대간 소통 중요, 중국 노조 ‘공회’ 적극 활용해야”


◎ 왜 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가?
중국이 또 말썽(?)이다.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과 자원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 받았던 중국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링허우 세대를 필두로, 갑작스러운 파업과 연이은 근로자 자살 등 본격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다, 적극적으로 외자 유치에 나섰던 중국 정부도 이제는 중국에 꼭 필요한 기업들만 받아들이는 선택적 외자유치로 방향을 크게 틀었다. 기업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도 중국이 우리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30년 가까이 중국 본토에서 무역 경험을 쌓은 베테랑 전문가 전성진 상해한국상회 고문의 인터뷰를 전한다. (편집자주)


 

전성진 상해 한국상회 고문은
LG상사에서 1980년대에 처음 중국에 진출해 대만, 홍콩, 북경, 상해지사에서 중국지역본부 부사장까지 역임하며 30년 가까이 내공을 탄탄히 쌓은 베테랑 중국 전문가다. 현재, 우림건설, LS전선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IGM: 중국 최저임금 및 평균임금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는데, 최근에 갑작스럽게 파업과 근로자 자살 등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중국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까? 그들을 이해하려면 어떤 관점으로 보는 게 좋을지요?
전성진 상해 한국상회 고문(이하 전 고문): 최근 몇 건의 사례들이 갑작스러운 현상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경제 발전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 벌어져 중국 정부는 꾸준히 최저임금을 높여 왔습니다. 고속성장의 후유증으로 소득격차에 의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에 중국정부는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의 일환으로 꾸준히 최저임금을 높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계속 높아졌고 요구사항도 점차 많아졌지요. 기업 입장에서 보기에 무리한 요구도 하게 됐고, 기업주 입장에서는 수용하기가 어려우니 갈등이 생겼습니다.


IGM: 최근 베이징현대차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극단적인 파업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오히려 노조(중국에서는 공회) 설립을 장려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노조 때문에 기업 하기가 어렵지는 않습니까?
전 고문: 사업환경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부의 방향에 발 맞추는 것이 참 중요하지 않을까요? 남의 나라 장사의 기본이지요. 공회의 경우, 중국 정부가 장려하는 대표적인 제도입니다. LG그룹에서도 중국 진출하던 초기부터 공회를 허용하고 만들었는데요. 우리 기업들은 노조 때문에 고생한 기억 때문에 공회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먼저 우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민 반응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자본주의적 요소를 많이 받아들였지만 아직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노동운동이 세지 않고요, 활동도 어느 정도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IGM: ‘바링허우 세대’가 점차 중국 노동력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습니까?
전 고문: 1980년 이후에 태어난 20대 중반에서 30대 이전의 사람들을 바링허우 세대라고 하는데요, 전체 농민공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이들은 이전 세대와 많이 다릅니다. 중국 인구정책 때문에 한 가정에 1명 자녀만 낳아 오냐오냐 길러 ‘소황제’가 생겨났고요, 이들이 자랄 때에 중국에는 KFC, 맥도널드 등 인스턴트 문화도 보급이 되어서 기다리는 것에 상당히 약합니다. 한 마디로 바링허우 세대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빠르게 가져온’ 세대에요. 이전 세대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기다릴 줄 알았던 것과 상반되죠. 고통을 참아낼 의지가 약하다 보니 생각하는 대로 그대로 표출하는 특성이 있고, 인터넷 세대라서 네트워킹에 강하고 정보 교류도 많습니다.


IGM: 바링허우 세대와 소통하려면 어떤 점을 주의하는 게 좋을까요?
전 고문: 우리나라 기업들도 10여 년 전부터 신세대 직원들과 소통하기 어렵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죠. 결국에 저는 글로벌 화 되면서 한국인, 중국인의 차이보다 세대간의 특성이 더 커졌다고 봅니다. 우리 기업들이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려고 같이 생맥주도 마시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개발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는데요, 그 때 익힌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중국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IGM: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임원급은 모두 한국인으로 채우고 과장급 밑으로 실무 직원들만 중국인으로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현지화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 부탁 드립니다.
전 고문: 한국 사람들이 법인장, 본부장 등 윗급을, 중국인 현지 직원들이 아랫급에 구성되어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즉 한국인 경영층의 지시를 받아 중간관리급 이하의 현지 직원이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시하는 사람들의 현지 문화나 언어, 일상 관습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흔히 현지화라 하면 우수한 중국 직원을 뽑아 트레이닝 시켜 간부화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파견 한국직원의 현지화입니다. 한국 직원들을 장기 주재하게 해서 스스로 현지화, 전문화 되고 현지 직원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여 그들의 빠른 성장을 도와야 우리 기업들도 경영하기 더 수월해 질 겁니다. 본사에서도 충분히 권한을 나눠 주고 믿고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IGM: 현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과학발전'과 '조화로운 사회발전'의 국가 경영이념을 가지고 정책을 펴고 있는데요.
전 고문: 중국 발전 과정이 초창기에는 변수도 많고 예측도 어려웠습니다. 인치, 사람 중심이었어요. 이제는 상당히 법치 중심적이고 보다 조직적으로 시스템화 되면서 선진화 되었습니다. 예측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고요. 2003년 후진타오 주석이 과학발전과 조화로운 사회발전의 키워드를 내놓았습니다. 향후 중국 비즈니스 환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이 말을 이해하는 것이 중국을 이해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 인간 중심의 발전, 균형 발전을 꾀하고 고속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경제적, 사회적 불안 요인들을 완화해 가겠다는 거죠. 후진타오 주석의 주도하에 세워질 제12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15년까지는 과학발전과 조화로운 사회발전 체제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것입니다. 점차 중국은 고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거든요. 우리 기업들도 정부 방향을 주지하면서 보다 미래 지향적인 비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IGM: 중국정부의 방향이 중국입맛에 맞는 기업들만 받아들이는 선택적 외자유치로 나아가고 있는데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요?
전 고문: 지금 협상의 키를 중국이 많이 쥐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일 기본은 중국의 정책과 발전방향에 발맞춰야 합니다. 그래야 환영 받습니다. 그 나라가 가치(value)를 느끼는 사업을 가지고 가서 실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야 환영 받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아직 갖고 있지 않은 것,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첨단기술이나 선진 서비스업 등은 중국이 굉장히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에요.


IGM: 중국 임금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 저임금 메리트를 노리고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요?
전 고문: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만 보더라도 당연히 매력 있지 않을까요. 상당수의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경제 환경변화에 주동적으로 적응해 나가면서 중국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워낙 넓은 나라라서 어느 지역에서는 우리가 이미 필요 없어졌을 수 있지만, 또 어느 지역이나 분야에서는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충분합니다. 크게 보면, 연안 쪽에는 투자가 많이 이뤄졌지만 내륙에는 기회가 있습니다. 물론 인프라의 어려움이 있지요. 실제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에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하셔야 합니다.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중국에서 통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우리나라의 파리바게뜨가 중국에 진출할 때 꼬박 8년 동안 시장조사를 해서 지금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개점 1년 만에 2005년 중국최우수베이커리 명성점으로 선정되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옆집에 사는 사람이 부자인 것, 가난한 사람인 것 중 누가 사는 게 더 좋을까요? 우리 입장에서는 빠르게 커가는 거대시장인 중국이 있는 것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도 많고 살 수 있는 것도 많아서 좋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는 거대시장 중국에 쉽게 공급할 수 있는 탁월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어서 미국, 유럽 선진국에서도 부러워할 정돕니다. 누려야지요. 내수시장이나 다름 없다 생각합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대로 중국시장 정복은 딱 3가지만 지키십시오. 바링허우 세대와의 소통, 중국내 한국 직원의 현지화, 중국 정부 정책과 발맞춤, 이 3가지만 명심한다면 현재 중국에서 불거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국놈, 중국사람에서 이제는 중국분! 중국인의 위상변화
최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 사회. 중국은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중국은 지도자의 변화에 따라 사회의 큰 기조가 바뀌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지도자는 마오쩌둥(모택동)이 1세대, 덩샤오핑(등소평)이 2세대, 장쩌민(강택민) 3세대, 후진타오 4세대로 구분된다. 5세대 차세대 지도자로는 시진핑이나 리커창 부총리 등이 꼽히고 있다.


 

경제 개방화가 시작된 것은 덩샤오핑 때다. 덩샤오핑은 197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다. 그의 흑묘백묘론은 이념보다는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한 실용주의 노선을 잘 말해준다. 이때 세계인의 눈에 중국사람들은 어떻게든 먹여 살려야 하는 부양대상으로 보여졌다. 지금 북한과 비슷한 정도였다. 외국 투자자들도 이 당시에는 완구 등의 저급제조업 쪽에 투자했고, 원료까지 수입해다 임가공 하는 수준이었다.


3세대 장쩌민 주석 때에는 이제 중국인들이 ‘노동자’로 평가 받으며 세계의 공장으로. 목표도 조금 더 중진국 수준에 맞춰가게 되었다. 이 때 좀더 자본집약적인 고급제조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는 내수, 수출 양쪽에 비중을 다 뒀다. 장 주석이 주창한 '3개 대표론'은 공산당이 △선진 생산력 △선진문화 발전 △광대한 인민의 근본 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2003년 후진타오 주석이 선출된 후, 이제 중국인은 중국 ‘분’이라 할만큼 위상이 바뀌고 있다. 중국인들은 그동안 열심히 돈을 벌어 재력도 축적했고, 이제는 구매력 있는 소비자로 부각되며 ‘세계의 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다. 해외 유학 갔다 중국으로 돌아온 ‘회귀파’들도 많아지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인재가 많아졌고, 인재를 활용하기 위한 R&D센터도 많이 만들어졌다. 첨단제조업, 첨단기술 산업, 내수형 3차산업 등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의 경영이념은 과학발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그동안 고속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소득격차, 환경오염, 자원 부족문제 등 경제적/사회적 불안 요인들을 완화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경제 및 사회 발전 시스템을 구축해 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상해 EXPO를 가보면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중국관은 마치 중국 황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가운데 자리하고 다른 나라 전시관들은 사신들이 나란히 호위하며 조공 바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오지영 IGM 주임연구원 jyoh@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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