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北 소행 못 믿겠다" 조사 흠집내기 계속하면서
"믿는 진실 뭐냐"엔 답 못해… "정권이 조작" 속내 밝혀라
천안함 합동조사단이 13일 최종 조사결과를 내 놨다. 지난 5월 20일 중간발표 내용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내용이 크게 바뀐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당시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의 윤곽이 잡혔기 때문이다.
"천안함이 급사(急死)했다. 시신(선체)엔 총상(어뢰 피격) 흔적이 뚜렷하다. 사건 현장에서 총기(어뢰추진체)가 발견됐다. 이 총기는 북한 소유로 등록(수출무기 카탈로그)돼 있다. 이 총기엔 피의자인 북한과 피해자인 남한만 아는 암호(1번)가 적혀 있다."
미국·영국·호주·스웨덴 등 4개국 전문가들이 참가한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은 북한 어뢰에 피격돼 침몰됐다'고 발표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북한과 특수 관계에 있는 한두 나라만 빼고는 "명쾌한 결론"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유독 대한민국 안에선 합조단 조사결과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질과는 무관한 흠집내기식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어뢰 피격이면 물기둥이 발생하는데, 물기둥을 본 사람이 없어서 못 믿겠다"고 한다. 시신에 총상이 남아 있고 사건 현장에 총기도 있는데, "사건 당시 총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으므로 총격이 아니다"라는 얘기다.
"사건 당시 대(對)잠수함 한·미 훈련이 있었다"는 의혹도 있었다. 사건 무렵 현장에서 170km 떨어진 지점에서 실시됐던 훈련을 문제 삼은 것이다. 사건 현장에서 북한군 지문이 묻어 있는 총기가 발견됐는데, 사건 발생 무렵 몇 블록 떨어진 거리를 지나간 주한미군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군을 범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조사결과가 그렇게 못 미덥다면 '북한 어뢰' 대신 무엇 때문에 천안함이 침몰됐다고 믿는지 대안 가설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그건 우리도 모르겠다"고 한다. 모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몇 가지 가설을 검토해 봤지만 세상에 꺼내 놓는 순간 현장 증거들과의 모순이 드러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가령 암초에 부딪혔다는 좌초설에 대해선 천안함에 부딪힌 후 증발해 버렸는지 사고 해역엔 암초가 없다. 또 천안함 생존 장병 58명은 "두 차례 굉음과 함께 몸이 떠올랐다"며 어뢰 피격을 뒷받침하는 증언만 하고 있을 뿐 암초를 보았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35년 전 우리 해군이 설치했던 기뢰에 부딪혀 침몰했을 것이라는 가설도 있다. 기뢰설은 합조단이 여러 과학적 근거를 들며 "근거 없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기뢰가 있었다면 수십년간 문제 수역을 드나들며 꽃게잡이를 했던 백령도 주민들은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는지 설명이 안 된다.
합조단 관계자는 사고 해역에서 끌어올린 어뢰추진체에서 '1번'이라는 글씨를 보는 순간 "우리와 같은 글자를 쓰는 사람들이 우리 젊은이들을 죽였구나"라는 생각에 처연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조사결과를 안 믿겠다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1번? 기호 1번 한나라당 소행?"이라며 비아냥거렸다. '1번'을 보고 웃음이 나온다는 것은 '1번'이 조작됐다고 믿는다는 뜻이다.
그렇다. 천안함 조사결과 외에 '과학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대안 시나리오는 한 가지뿐이다. 우리측 군이 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으며, 이를 북한에 뒤집어씌우기 위해 사고 해역에 북한 어뢰추진체를 몰래 가져다 놓고 사건을 조작했을 경우다.
이 시나리오가 성립하기 위한 등장인물들을 꼽아 보자. 고의건 실수건 천안함에 어뢰를 쏜 우리 사병들과 그 지휘관이 있을 것이다. 또 북한 어뢰추진체를 해외에서 밀반입한 정보요원들, 혹은 북한 어뢰 카탈로그에 따라 추진체를 특수제작한 군수공장 관계자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뢰추진체를 폭발한 것처럼 적당한 모양으로 파손하고 거기에 '1번'이라는 글자를 적어 넣는 데 또 전문가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렇게 조작된 증거물을 사고 해역에 가져다 놓기 위해선 숙련된 잠수대원들이 있어야 한다. 줄잡아 수십명의 등장인물이 필요하다. 이들을 총동원해 시나리오를 꾸밀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 안에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밖에 없다.
5년 만에 정권이 바뀌는 나라, 정권 말기만 돼도 정권 핵심에 대한 비리수사가 시작되는 나라에서 이런 엄청난 음모가 가능할 것인가. 천안함 배후가 '김정일'이라는 수사 결과는 증거(천안함 선체, 어뢰추진체)와 범행동기(대청해전 보복)와 전과(아웅산, KAL기 폭발)가 뒷받침한다. 그런데도 굳이 '이명박'이라는 엉뚱한 답을 찾고 싶어 하는 그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