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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눈뜬 北주민들 '쌀 사재기'?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기자의 다

화이트보스 2010. 9. 21. 09:43

경제 눈뜬 北주민들 '쌀 사재기'?

입력 : 2010.09.21 02:59

추수철에 이례적 쌀값 폭등
자연재해에 南 지원마저 끊겨…
"내년 식량난 대비 미리 비축"

북한 쌀값이 추수철을 앞두고도 이례적으로 계속 오름세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북한은 만성 식량난에 시달리지만 수확기가 다가오면 일반적으로 쌀값이 떨어진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7~8월까지 1㎏당 북한 돈 1000원 안팎이던 시장 쌀값은 9월 초 현재 1200원 선으로 올랐다. 북한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3000원 정도다.

북한 쌀값은 화폐개혁 직후인 올해 1월 ㎏당 600원대에서 화폐개혁이 실패로 판명 난 3월 초에는 1000원대로 뛰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일부 '2호 창고'(군량미 창고)를 여는 등 인위적으로 공급을 늘리면서 춘궁기인 4~5월 쌀값은 ㎏당 400~500원 선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지금 쌀값이 오르는 것은 올해가 문제가 아니라 내년 상반기 식량난이 심각할 것으로 북한 주민들이 예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7년 수해 이후 대규모 자연재해를 겪지 않다가 올해는 폭우와 태풍 등이 계속 겹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냉해(冷害)로 옥수수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 정부가 매년 20만~30만t씩 지원하던 비료가 2007년을 마지막으로 끊어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정부 소식통은 "비료 부족 영향이 올해부터 나타나는 것 같다"며 "북한 벼가 겉보기엔 누렇지만 제대로 여물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단위 면적당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한 탈북자는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북한 주민들도 경제 관념이 생겼다"며 "올해 수확량 감소가 내년 초 쌀값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쌀을 최대한 움켜쥐고 있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대남 유화 공세를 펼치는 것도 내년 식량난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우리측의 대규모 지원 약속을 받아놓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4일 우리측에 수해 지원을 요구하면서 3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쌀을 달라"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를 강조했다. 과거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등의 대가로 수십만t의 쌀이나 비료를 줬다. 정부 당국자는 "만약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우리측이 대규모 식량 지원을 결정해도 실제 식량이 가려면 3~4개월이 걸린다"며 "북한의 지금 유화 제스처는 내년을 겨냥한 것 같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은 매년 100만t 정도의 식량이 부족했다. 이 중 40만t은 남한 지원으로 메웠고 나머지는 중국에서 '우호 가격'(국제 시세의 7분의 1에서 9분의 1 가격)으로 수입하거나 대중(對中) 밀무역, 외국 지원 등으로 채웠다. 그러나 2008년부터 북한은 남한의 식량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최근 중국도 "지원을 받으려면 개혁·개방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