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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

화이트보스 2010. 10. 4. 09:50

김정은 체제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

  • 유호열 고려대교수·북한학과

입력 : 2010.10.03 23:04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이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자로 전격 공표되는 과정은 역시 북한다웠다. 후계자 등장이 비상식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그 자체가 북한의 속사정이 그만큼 다급하고 복잡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후계구도가 안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예측불허, 위험천만의 난관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에 우리로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김정은의 전격 등장은 김정일의 건강상태와 직결되어 있다. 27세 후계자가 감당할 수 없는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다. 김정일의 갑작스런 퇴장은 신·구세력 간 갈등과 당·군 및 보·혁 간 정치노선 투쟁으로 이어지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북한 대남정책의 특성을 살펴보면 위기 시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대남도발을 자행하는 수법을 써왔다. 김정은도 후계자로서 취약한 정통성의 기반을 지략과 배짱을 과시함으로써 보완하려 한다면 한반도 주변에서 천안함 사태를 능가할 위기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국제사회와의 갈등이 고조될 경우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극단주의적 모험주의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3대 세습은 공산권 국가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폐습이다. 반역사적 기만이자 억지 행태가 2300만 주민들의 지지 속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을 사람이 북한 내부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의문이다. 그런 만큼 단속하고, 통제하고 선전하고 억압하겠지만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한 인민들의 불복종과 반발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배층 엘리트의 분열과 저항이 가세한다면 김일성 왕조는 위로부터, 아래로부터, 옆으로부터의 협공 속에 자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우리로서는 북한 후계구도 정착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정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중국은 북한 후계구도에 대해 사회주의 명분보다는 체제안정이라는 실리를 중시하면서 접근하고 있다. 북핵폐기와 북한 내정의 안정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6자회담 재개노력과 북한문제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미국일본과의 공조체제는 더욱 철저하고 효율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재래식 및 비전통방식의 군사적 억지력이 유기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김정은 후계구도 구축에 따라 상황별 한미군사작전계획이 재점검되고 현실화되어야 한다. 특히 3국의 정보기관들 간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운영협조체제를 구축하여 대북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함으로써 북한 과도기 정세의 혼란과 급변에 대비하여야 한다.

김정은 후계체제는 조만간 생존을 위한 정책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경험을 개혁개방의 요인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개혁개방노선을 택함으로써 민생문제를 해결코자 한다면, 우리로서는 즉각 대북협력을 확대해 북한의 신지도부가 보수강경파를 제압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곧 재개될 이산가족상봉행사를 통해 새로운 북한 지도부의 모습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전통적인 체제공고화 노력의 하나로 대남도발과 긴장을 조성하고 핵개발에 나설 경우, 6자회담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북한 인민의 진정한 해방을 지원하는 쪽으로 대북인식과 접근 틀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