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제5 검찰심사회는 일본 정계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강제 기소하도록 결정했다. 검찰심사회는 검찰 기소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기구로 무작위로 뽑힌 일반 시민 11명으로 구성된다. 오자와는 집권 민주당 소속 의원의 3분의 1인 150여명을 거느린 최대 계파의 우두머리다. 오자와는 4억엔의 불법 정치자금을 정치자금 수지(收支)보고서에 적지 않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일본 검찰은 그의 비서 3명만을 기소하고 오자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심사회는 지난 4월 1차로 기소 결정을 했으나 검찰이 재수사 뒤 같은 이유로 기소하지 않자 이번에 또다시 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심사회가 두 번 기소 결정을 내리면 법원이 지정한 변호사가 강제 기소해 법정에 세우게 된다.
우리나라 검찰도 일반 시민 9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를 전국 41개 검찰청에 설치해 지난 8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검찰시민위원회에는 주부·택시기사·환경미화원·시장 상인 같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시민위원회는 고위 공직자의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금융·경제 범죄, 살인 등의 주요 사건에 대해 검사가 기소나 불기소를 하기 전 검사의 방침이 타당한지를 심의한다.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는 지난 4일 생니를 뽑아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로 가수 MC몽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다.
그러나 검찰시민위원회는 일본 검찰심사회와 달리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 기구라서 검사가 시민위원회 결정을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 사건을 시민위원회 심사에 넘길지 말지를 결정하는 권한도 검사가 갖고 있다. 검사가 시민위원회 심사에 넘기지 않으면 시민위원회는 아무런 역할도 못한다. 지금까지 검찰이 시민위원회에 넘긴 사건들은 굳이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아도 그만인 단순하고 평범한 사건들이 대부분이었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시민위원회 심의에 넘긴 적이 없다. 일본은 검사뿐 아니라 고소·고발인, 범죄 피해자도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검찰심사회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이번 오자와 사건처럼 일반 시민 전체가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사건에선 시민들도 요청할 수 있다.
우리 검찰은 정계나 재계의 실력자 처벌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검찰이 시민위원회에 하나 마나 한 사건만 넘길 게 아니라 정계나 재계의 실력자가 관련된 사건의 심의를 맡겨 그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다면 시민위원회의 위상도 높이고 살아 있는 권력에 약하다는 검찰의 묵은 때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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