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몽고

광활한 대지 서몽골을 가다

화이트보스 2010. 11. 15. 11:39

광활한 대지 서몽골을 가다

입력 : 2010.09.27 10:47

카자흐족의 생활부터 설산 타왕복드까지…그 어느 것 하나 시선을 가로막는 것 없이 광활한 곳, 몽골. 그곳에는 오직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카자흐족이 있다. 대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과 함께 초원과 설원이 공존하는 서몽골의 정취를 느껴보자.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전 세계를 다니면서 언젠가는 꼭 가야지… 꼭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 그중의 한곳이 몽골이다. 이유는 딱히 없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언젠가 보았던 사진 한 장 때문이라고나 할까?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그리고 설산.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은 아니었지만, 사막과 모래산으로만 익숙했던 몽골 자연에 광활한 아니 휑한 설산의 모습은 나를 폭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휑한 자연. 세계 어느 나라나 그 나라만의 매력이 있다. 몽골의 매력은 그 휑함이 아닐까.

마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독수리를 메고 이동하는 카자흐족. 사냥에 필요한 독수리를 훈련하고 있다.
바람의 사나이, 카자흐족

설산조차도 휑함이 느껴지는 곳. 몽골의 지붕이라 일컬어질 만큼 몽골에서 가장 높은 곳이자 몽골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타왕복드(Tavanbogd).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울기행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30명 남짓 타는 경비행기는 익숙하다. 불안감보다는 비행기가 작고 낮게 날기 때문에 가는 길의 사막과 초원이 제대로 보일 것 같아 오히려 기대감이 상승한다.

비행이 시작되자 나의 기대감은 곧 눈앞에 펼쳐졌다. 요즘 유행하는 초콜릿 복근이 이에 비할까? 손을 뻗으면 힘줄이 터질 듯한 우람한 근골을 자랑하는 황톳빛 알타이 산맥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3시간 30분이나 되는 비행시간이 유난히 짧게 느껴질 정도다. 타왕복드의 출발지 울기(Ulgii)공항에 도착했다.

설산을 뒷산으로 놓고 있는 울기는 9만명이 사는 호젓한 도시로 주민 대부분이 몽골의 소수민족인 카자흐족이다.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본격적인 여행준비를 하는데 몽골의 고비나 홉스골은 유명 관광지라 식당시설이 잘 되어 있으나 서몽골지역은 아직 관광지 개발이 덜 되어 있어 여행기간 내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재료와 도구를 직접 싣고 다녀야 한다. 촬영 스태프들이 타고 다닐 차 한 대와 주방 도구들이 실려 있는 주방차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마치고 알타이 산맥 속으로 거침없이 출발했다. 아무리 달려도 그 흔한 신호등도, 이정표도, 나무도 하나 없는 모래산이다.

낯선 이방인 앞에서 카자흐족의 전통 춤을 선보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처음으로 고백하는 건데, 사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순수하게 그 자연에 매료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몽골의 자연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나의 직업의식을 한방에 날려보내면서 그저 멍하니 하늘을, 모래산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300만명의 작은 인구지만 한반도의 7배나 되는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 몽골은 1년에 200일은 맑고 깨끗한 하늘을 자랑한다.

설산을 뒷산으로 놓고 있는 울기는 9만명이 사는 호젓한 도시로 주민 대부분이 몽골의 소수민족인 카자흐족이다.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본격적인 여행준비를 하는데 몽골의 고비나 홉스골은 유명 관광지라 식당시설이 잘 되어 있으나 서몽골지역은 아직 관광지 개발이 덜 되어 있어 여행기간 내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재료와 도구를 직접 싣고 다녀야 한다.

오지 여행의 기본은 30명 미만이 탑승하는 경비행기다. 낮게 날기 때문에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과 맞닿은 모래 초원과 모래산만 보이던 곳에 조그만 마을이 나타난다.

“여긴 사끄사이라는 곳이에요. 카자흐족들의풍습과 문화가 남아 있는 곳이죠.”

타왕복드까지 안내할 가이드 벡은 카자흐족의 후손인데,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한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의 여행객들을 안내한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처음이라 긴장이 된다며 선한얼굴에 미소를 띄운다. 전직이 몽골 대학교 교수였지만, 먹고 살기에 월급이 충분치 않아 관광가이드로 나섰단다.

알고 보니 우리 스태프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요리사는 그의 아내다. 현직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인데 휴가를 내고 나왔다고. 이번 스태프들의 스펙이 좋다고 말하는 카메라 감독의 농담에 웃기는 하지만 마냥 웃을 현실은 아닌 것 같다.

 

마을을 벗어나 이동을 계속하려던 중, 저 멀리서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마치 서부 영화의 주인공 같은 세명이 말을 타고 어깨에 독수리를 메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봄이 되어 독수리 훈련을 하러 가는 거예요.”

“독수리 훈련요?”

“카자흐족들의 전통적인 사냥 방법이죠. 겨울에 독수리로 여우나 마뭇 같은 동물들을 잡는데, 지금은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독수리를 훈련시켜 동물을 사냥해왔던 카자흐족. 지금은 그 수도 많이 줄어들어 200명 정도밖에 남질 않았는데 사끄사이에만 50명 정도가 있단다. 우리가 다가가자 후각이 뛰어난 독수리가 낯선 인기척에 놀라 퍼득거린다. 날개를 펼치자 꽤 위협적이다. 눈가리개를 벗기자 더욱 퍼득거리며 위협한다.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사냥꾼이 머리를 쓰다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한양처럼 얌전해진다.

“독수리가 새끼일 때 둥지에서 꺼내와 3년째 키우고 있어요. 오늘 처음 훈련시키려 나왔습니다.”

카자흐족의 생활부터 설산 타왕복드까지…그 어느 것 하나 시선을 가로막는 것 없이 광활한 곳, 몽골. 그곳에는 오직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카자흐족이 있다. 대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과 함께 초원과 설원이 공존하는 서몽골의 정취를 느껴보자.

올해 50세인 잇니구흐 씨는 알아주는 독수리 사냥꾼이다. 집안 대대로 독수리로 동물을 사냥해왔을 뿐 아니라 17세 때부터 독수리 사냥을 배워 지금은 몽골에서 알아주는 베테랑이란다.

“독수리 사냥은 추운 겨울에 많이 합니다. 지금은 먹이를 잘 주고 몸 관리를 잘시켜서 훈련을 하는 시기죠. 독수리 털이 다 빠지고 새 털이 나오는 9,10월에 사냥을 시작하는데, 겨울에
사냥을 잘하려면 지금 훈련이 중요해요.”

살아 있는 동물은 아니지만 내장과 살을 제거하고 머리가죽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여우털을 이용해 사냥법을 익히게 한다. 말을 탄 잇니구흐 씨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여우털을 끌고 나가자 눈을 번득이던 독수리가 ‘휙’하고 박차고 나간다.

‘어라, 너무 멀리 날아간 것 같은데….’

겨울 사냥을 위해 독수리를 훈련시키고 있는 카자흐족.

3km 밖의 물체까지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독수리가 여우털을 보지 못했을 리는 없고, 너무 멀리 날아간 것 같다고 생각할 즈음 어느새 쏜살같이 날아와 여우털을 낚아챈다. 여우털 가까이에서 카메라를 쥐고 있던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만약 저 날카로운 발톱이 여우가 아닌 나를 낚아챘다면… 하고 생각하니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다. 독수리 사냥은 카자흐족에게는 사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카자흐족 사람들은 독수리가 있으면 그 어떤 위험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고, 사람의 기가 좋아진다고 믿습니다. 추운 겨울에 독수리와 함께 살아 있는 동물을 잡을 때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죠. 독수리 사냥은 카자흐족의 자존심입니다.”

겨울에는 영하 40~50℃까지 떨어지는데 설원을 말 타고 달리며 독수리를 날려 사냥을 한단다. 내 눈빛이 반짝 반짝 빛이 났나 보다. 후배 녀석이 슬그머니 뒤로 빠진다.

“올해는 10월 정도부터 한다구요? 한 달 정도 매달려 있으면 여우 한 마리 정도는 잡겠죠?”

“올려구요? 정말 추울텐데요?”

“아 그건 그때 가서 의논하구요. 미리 내가 연락할게요.”

사냥이 끝난 뒤 잇니구흐 씨가 손님을 그냥 보내는 것은 카자흐족이 할 짓이 아니라며 집으로 초대한다. 안주인은 손님이 왔다며 특별한 음식을 해 나오는데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카자흐족의 전통음식 ‘비스모르크’라는 것이다.

사골 끓이듯 말, 염소, 양 세 종류의 고기를 삶아서 요리한 것인데 이 음식을 대접받았다는 것은 최고의 대우를 받은 거란다. 더 감동적인 것은 몽골 땅에서 보기 힘든 당근, 감자같은 채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정말 감동적이다.

주민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 카자흐족의 전통기도가 끝나자 먼저 잇니구흐 씨가 양머리 고기를 한 점 썰어 먹는다. 그리고는 환영의 의미로 우리에게도 고기를 썰어 내민다. 비리지도 않고 질기지도 않고 맛있다. 비스모르크는 ‘다섯 손가락’이라는 뜻으로 수저 없이 손가락을 이용해서 먹는 것이 특징이다. 낯선 카자흐족의 문화 속에서 따뜻한 정을 느낀 하루가 지나고 다시 타왕복드를 향해 길을 나섰다.

 

카자흐족의 생활부터 설산 타왕복드까지…그 어느 것 하나 시선을 가로막는 것 없이 광활한 곳, 몽골. 그곳에는 오직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카자흐족이 있다. 대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과 함께 초원과 설원이 공존하는 서몽골의 정취를 느껴보자.

초원과 설원이 공존하는 몽골

쉽게 허락되지 않는 몽골의 정상

길이 평탄하진 않아도 불편하다고 생각진 않았는데 이젠 꽤 험한 길이 나타난다. 지나는 길마다 바퀴가 푹푹 빠지는 물길이다. 5월에서 6월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이라 얼었던 땅이 녹고 있어서 생각지 못했던 물길을 건너야 했다. 러시아제 4륜구동차인 ‘푸르공’은 물길도 모래길도 잘 건너는데, 단지 아쉬운 것은 차는 사람이 타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어찌나 달리는 길을 엉덩이에서 잘 느낄 수 있는지 고도가 높아질수록 길이 점점 험해진다.

이번엔 돌길이다. 앞서던 주방차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린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바퀴가 펑크났다. 이럴 때 한국이라면 365일 24시간 쉬질 않는다는 보험사에 전화를 하겠지만 여기서는 운전사가 직접 신속하게 바퀴를 갈아 끼운다.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다시 타왕복드로 출발, 멀리 설산이 보이기 시작하자 길도 더 험해진다.

“길이 없어서 힘들어요. 저 앞은 조심해야겠는데요.”

몽골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해발 4000m의 타왕복드. 길이 험난해 접근이 용이하지 않지만 그곳에 오르는 순간 그 웅장함에 매료되고 만다.

타왕복드 가는 길은 웬만큼 노련한 운전사가 아니면 안된다고 한다. 눈이 채 녹지 않은 곳이 나타나자 15년 경력의 운전사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육안으론 안전을 가늠하기 어려운 눈길이라 직접 내려서 발로 체크한다.

얼음이 녹는 시기엔 그대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해발 4000m가 넘는 타왕복드는 하루 만에 갔다오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에 차로 최대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걸어가야 한다. 조심조심 점검하면서 가던 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한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맞는다.

눈구덩이에 한쪽 바퀴가 그대로 내려앉아 박혀버렸다. 일단 모든 사람들이 내려 있는 힘껏 밀어보지만 미동도 안 한다. 뒤에서도 밀어보고 앞에서도 밀어보고….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당황한 우리와는 달리 가이드와 운전사는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침착하게 바퀴 주변의 눈을 걷어낸다. 그리고 받침 역할을 할 수 있는 돌과 흙을 바퀴 주변에 쌓기를 한 시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기도하며 사람들이 마지막 힘을 모아 차를 미는 순간…. 정말 말그대로 ‘대한민국 만세’가 절로 나온다. 차가 눈구덩이에서 나오고 우리는 얼싸안고 기뻐했다.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닌데 참 기뻤다. 민망할 정도로…. 차가 나온 구덩이를 보니 꽤 위험했다. 운전사와 의논하던 가이드가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여기서부터 더 이상 차로 이동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차를 여기에 두고 걸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왕복 25km이상은 걸어가야 하니까 짐은 모두 챙겨서 가죠.”

생각보다 가까이 가지 못하고 걸어가게 생겼다. 온전히 두 발에 의지해 걸어가는 길. 왕복 25km라…. 고산이 처음도 아니고 자신 있게 출발했지만 꽤 체력이 딸린다. 눈구덩이에 빠진 차를 빼내는데 힘을 너무 많이 쏟아냈나 보다.

카자흐족의 생활부터 설산 타왕복드까지…그 어느 것 하나 시선을 가로막는 것 없이 광활한 곳, 몽골. 그곳에는 오직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카자흐족이 있다. 대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과 함께 초원과 설원이 공존하는 서몽골의 정취를 느껴보자.

고산지대라 금방 숨이 차고, 걸을수록 가방이 무거워진다. 어깨에 멘 카메라와 트라이포드를 던져 버리고 싶다. 지친 건 우리뿐만이 아닌 것 같다. 강철체력을 자랑하는 카자흐족 운전사와 가이드도 그대로 눈길에 뻗어버렸다. 물 대신 눈으로 갈증을 푸는데,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풀어준다. 10분간의 짧은 휴식을 맛보고 힘을 내 또다시 전진한다.

“저기 보이죠? 조금 더 가면 타왕복드가 온전히 보일 겁니다.”

가이드가 가리킨 곳에 정말 타왕복드 끄트머리가 보인다. 참 가까워 보인다. 이곳이 몽골이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것이다. 100m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만m 가까이 된다는 것을…. 이제까지의 길은 그나마 평탄한 것이었다. 눈으로 덮인 경사면을 따라 산행하는 길은 정말 어려웠다. 잠시 방심한 사이 다리가 풀린 것인지 그대로 20m 정도 미끄러졌다.

‘아 이대로 누워 있고 싶다. 춥지만 않다면….’

 

산악인도 아닌데 설산 하나 보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나,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수백 번 든다. 이제는 타왕복드를 내 두 눈에 꼭 담아야겠다는 오기로 버틴다. 그렇게 5시간 만에 드디어 타왕복드가 그 자태를 드러낸다. 우뚝 솟아있는 만년 설산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하다. 알타이 다섯 봉우리가 그대로 우리 눈에 들어온다.

“축하합니다. 우린 지금 몽골에서 가장 높은 타왕복드 앞에 서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거예요. 날씨가 정말 좋거든요. 구름도 바람도 없고 따뜻하니까요. 어떤 날은 날씨가 정말 나빠서 7일에서 10일 정도는 정상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적도 많았습니다”

하늘이 허락하고 설산준령이 연출한 멋진 타왕복드. 힘들어도 이 느낌을 누리기 위해 산을 오는 것이다. 사진하고는 다른 느낌. 피부에서 느껴지는 바람은 결코 사진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남들이 찍은 타왕복드가 아니라 내 발과 내 눈으로 온전히 느끼고 싶어 타왕복드에 왔고, 타왕복드의 웅장함을 카메라에 담고 내 마음에 담았다. 비록 다음 날 근육통으로 온몸은 울부짖었지만 바람 냄새 가득한 카자흐족과 그들의 자존심 타왕복드는 평생 내 마음속에 우뚝 자리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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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함정민(EBS <세계테마기행>PD)